[필리]거리풍경/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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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유럽에서 누군가가 고층건물을 이런 식으로 디자인해서 지으려고 한다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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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스타일들이 짬뽕되어 현란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시끄럽게 수다를 떨면 떨수록 오히려 그 공허함이 두드러지는 사례입니다만,

사실은 감각적으로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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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디귿자 모양의 평면을 하고 있는 건물들도 많습니다.

벽돌 마감의 질감이 매력적인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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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공들인 디자인의 건물인데요.

부분적으로 차용된 고전양식의 요소들이 귀엽기도 하고, 두 가지 색깔의 벽돌을 사용해서 면을 분할한 것이나, 랜덤패턴으로 표면에 요철을 준 것도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비슷한 건물을 본 것 같은 느낌도 들더군요.

[필리]거리풍경/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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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내에 있는 민속박물관이나 독립기념관을 방불케 하는 건물들입니다.

공허함을 이겨내지 못해서 이런 퇴행적인 모습을 하게 된 것이겠죠.

차라리 공허함의 끝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면 의미있는 건물이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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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깊이 있는 역사를 가지지 못할 경우에 이렇게 어정쩡하게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나 봅니다. 발바닥 아래에 뭔가 단단한 것을 딛고 서 있을 때에 비로소 전력을 다해 뛰어오를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겠죠. 지금의 런던이나 파리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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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그런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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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건물이 그나마 비교적 고급스럽게 디자인된 건물입니다.

서울의 경우와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필리]거리풍경/01

요즈음은 몸도 별로 좋지 않고, 날씨도 추워서 바깥 나들이를 많이 하지 못하고 있어요.

거의 하루종일 집안에서 티브이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팔자 좋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가끔씩 장을 보러 바깥에 나가면서 틈틈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고만고만한 고층건물들 사진을 찍은 것들을 모아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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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고 계시겠지만, 미국의 보통 건물들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더군요.

황당할 정도로 황량하고 단조롭고 천박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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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로 마감된 고층건물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들입니다.

아무튼 그냥 큰 고민없이 창문 뚫고 벽돌 마감하고.

공허함을 이기지 못하여 이렇게 군데군데 고전양식의 모티브를 따와서 앙증맞게 장식을 하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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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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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 나오는 건물들입니다.

건물들 하나하나는 싸구려 하급품들인데, 그것들이 모여서 뿜어내는 기운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적당히 낡고 부담 없고 편안한, 단지 덩치만 커다란 건물들이 무표정하게 차곡차곡 늘어서서 거리를 만들고 도시를 만들고 있는데, 그런 거리의 풍경이 그다지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그다지 건축적으로 깊이가 있는 건물들, 깊이 있는 거리는 아닌데, 세월의 힘, 사람의 손때가 더해져서 그렇게 느껴진 것인지. 혹은 규모, 크기.. 의 위력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를 테면, 서울에 십년 넘은 아파트단지들이 많잖아요. 십년이 뭐야, 이십년이 넘은 아파트단지들도 많죠. 그런 곳에 가면 아파트 건물 하나하나는 정말 단조롭고 깊이가 없고 싸구려인데, 그런 커다란 아파트들이 여럿 모여있는 전체적인 풍경. 낡아 보이는 커다란 아파트와 엄청나게 커다랗게 자라난 나무들. 은 또 다른 종류의 감흥을 주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필리]바깥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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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확대됨)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의 엘리베이터 홀에서 보이는 풍경.

 

정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익히 잘 알고 있었던 사실이죠.

미국은 넓다.

 

영화나 책이나 다른 사람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것과,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눈으로 파악이 되지 않는 지점까지 뻗어나가서 하늘과 만나고 있는 지평면.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군데군데 정유공장단지의 인프라가 얼핏 보이고, 하얀 연기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데, 그것도 장관이구요. (인터넷을 통해 얼핏 살펴보았더니, 필라델피아가 정유산업으로도 유명한 도시라고 하더군요. 의외였어요.)

 

가끔씩 지평면과 평행하게 느릿느릿 날아다니는 비행기의 옆모습이 보이는데,

거대한 수족관에서 상어나 고래따위가 헤엄쳐다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진부한 장면이고 감흥이겠지만, 저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