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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구석에 서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방금 아래에서 보았던 광경과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좀 더 좁아서 아늑한 느낌인데, 오른쪽 구석, 그러니까 이제부터 앞으로 나아가려는 계단 너머로 천수각이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유려하게 휘어진 석축의 곡선에 살짝 몸의 일부를 숨긴 천수각.
이제 보니 석축의 곡선은 후지산의 실루엣, 혹은 일본의 옛그림에 등장하는 파도의 곡선과 닮은 듯 합니다. 적의 침입을 막는다는 현실적이고 건조한 요구에서 비롯된 디자인이지만, 은연중에 그러한 미의식이 스며들어간 결과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촌스러워 보이는 안내판.
그림 가운데에 “현재지”라는 빨간 글자가 보이고, 그 글자 아래로 이제까지 지나온 길이 보입니다. “ㄹ”자 모양으로 구불구불 꺾어지며 상승하는 계단길의 형상이 비로소 정확하게 파악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물들이 그려져있고, 현재 복원중이라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 영역이 붉게 표현되어 있는데, 모두 합해도 전성기 때 온전했던 모습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
…
높은 석축 위에 한창 복원중인 건물이 보이고, 너머로 천수각이 보입니다.
원근의 차이 때문에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겹쳐진 건물들이 꿈틀거리며 서로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는 듯 보였습니다.
복원중…
천수각의 대부분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러서도 구불구불한 길은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배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