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거리풍경/05

개개 건물의 이미지들을 다루었으니, 이번에는 그 건물들이 모여서 거리와 도시를 이루고 있는 풍경들을 담아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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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건물 하나하나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큰 고민이나 자의식 없이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하지만 그런 저질 건물들이 함께 모여서 뿜어내는 기운은 (저에게는) 심상치 않게 다가왔습니다.

 

깊이 있는 벽돌의 질감과 고리타분한 창문 패턴, 그리고 단순한 덩어리들이 모여서 매력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다른 곳에 아직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제가 머물고 있는 곳(CENTER CITY)의 풍경은 대략 이렇습니다. 아마도 뉴욕이나 워싱턴 같은, 동부의 다른 도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풍경일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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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확대)

놀랄 정도로 매력적인 경관입니다.

지난 글들에서 커다랗고 낡은 창고 건물을 좋아한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개인적으로 커다랗고 쓸쓸하고 황량한 상황을 좋아하는지라,

더더욱 매력이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각종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익숙하게 접했던 풍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친밀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여러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이 굉장히 강한 나라인지라,

이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스러운 풍경에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딱히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마감재료가 통일되어있는 데다가, 그 마감재의 색깔 또한 차분한 색깔이고, 게다가 건물들의 덩어리는 단순하고, 그러한 모든 상황들이 현란하지만 난잡하지는 않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품위 있고 단정하게 늙어가고 있는 파리의 가로풍경과는 아주 다른 모습입니다만,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쉽게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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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몸살 나도록 끌리는 풍경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건물의 벽면이 추상적인 그래픽 작품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가운데에 보이는 건물의 최상부는 무서울 정도로 공허한 모습입니다.

시커먼 커다한 개구부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마치 유령도시 같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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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도 자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작은 집이 헐리고 공터로 바뀌면서, 그 집의 흔적이 남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자주 보았던 장면이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상황입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건물의 벽면이 시원하게 넓고, 색깔도 화려하지 않게 바랜 색이어서 그런지,

도처에 서 있는 넓은 벽돌 벽면들이 캔버스의 화면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만,

이 경우 역시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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