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킴멜센터/01

[필리]킴멜센터/01

예전에 필리에서 수 십장의 사진을 찍을 건물은 없을 것 같다는 오만한 말을 했었는데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건방진 말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엇그제 거리를 헤메다가 우연히 발견한 건물인데, 수 십장의 사진을 찍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건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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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견했을 때의 앵글입니다. 큰 길에 면해있고 주출입구가 있는 정면이죠.

딱히 나무랄 곳이 없이 잘 된 디자인이지만, 너무 무난해서 심심하고 따분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처음 보았을 때에는 그다지 흥분되지도 않았고, 큰 기대도 하지 않았었어요.

보시는 것처럼 붉은 벽돌로 된 기단이 깔려 있고, 그 위에 볼트로 된 유리지붕이 있는데요.

얼핏 보기에 붉은 벽돌로 된 완결된 건물이 있고, 그 붉은 벽돌 건물의 평지붕 위에 유리 볼트를 얹어 놓은 것이라 짐작하기도 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그런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한편, 기단부분의 재료와 높이는 필라델피아의 컨택스트를 반영한 결과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저 정도 높이의 붉은 벽돌 건물들이 근처에 많았거든요.

그 상황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금 더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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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인데요.

적절하게 분할되어 있어서 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특히 엘리베이터 쉬프트를 분리된 요소로 처리해서 바깥으로 뽑아낸 뒤 상부에서 브릿지로 연결하는 방식은 학생 시절 흔하게 상상해 보았던 상황이라 반가우면서도 조금 따분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또한, 기단부와 유리볼트가 부딪치는 부분을 유리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수평의띠 형상의 요소로 처리한다던지, 주출입구 근처에 휘어서 내부로 미끌어져 들어가는 벽면을 세운다던지 하는 수법들도 딱히 흉볼 것은 없지만 너무 익숙하고 따분한 느낌입니다.

아무튼 건물 전체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나무랄데 없이 잘 훈련된 따분한 모범생을 보는 것 같은 느낌.

또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형식과 문체에 맞추어서 깔끔하게 씌어진 얌전한 단편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곳은 서부의 캘리포니아가 아니고,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동네라는 동부의 필라델피아니까, 이런 제스처가 적당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 까불지 않고 적당히 무게를 잡고 점잖은 척하는 분위기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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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이름입니다.

THE KIMMEL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건물의 이름을 군더더기 없이 건물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하나에 스며들게 처리한 것이 세련되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요소가 이용자들의 동선을 입구로 유도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도 합리적인 상황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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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하게 바라본 광경인데요, 건물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면서 이용자의 동선을 편안하게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 느껴집니다. 잘 된 디자인이지만, 10년이나 15년 전 쯤에 나왔으면 제법 신선해 보였을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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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장면이 펼쳐지는데요, 깜짝 놀랐어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볼트유리부분과 기단부분이 공간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상황이라 짐작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하나의 거대한 공간이었어요. 유리와 벽돌로 이루어진 커다란 상자 안에 붉은나무상자(오페라홀)와 노란금속상자(소형공연장)가 느슨하게 수납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구성 또한 기발하게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10여년 전의 일이니까 벌써 옛날일이 되駭쨉? 아라타 이소자키가 설계한 나라 컨벤션 센터도 대략 이런 형식이었다고 기억됩니다. 큰 상자 안에 작은 상자들이 수납되는 형식.

 

아무튼,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의 내부 공간이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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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걸어들어간 뒤 뒤돌아 본 장면입니다.

노란 금속상자라고 표현했던 소형공연장 덩어리가 비로소 제대로 파악이 됩니다.

소형공연장 덩어리에는 보시다시피 진입동선을 유도하며 안으로 말려들어가던 검은 곡면 벽이 감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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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검은 곡면벽에는 이 건물 건립에 관련된 사람들과 단체들의 이름이 붙어있는데, 바깥에 붙어 있는 건물 이름과 더불어서, 이 요소의 역할-동선을 유도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을 일관되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왔던 것은, 유리벽의 투명함입니다.

저층부는 높이도 그다지 높지 않고 면적도 넓지 않으니 그렇다고 해도, 고층부의 반원형상의 입면 부분은 참으로 놀라울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저 정도의 높이와 넓이의 유리벽면이라면 유리벽면의 무게와 풍압을 견디기 위한 구조체가 만만치않게 세워져야 하는데, 잡다한 군더더기 없이 가뿐하게 서 있는 모습이 황당할 정도 입니다. 덕분에 보시는 것처럼 바깥의 풍경이 일그러짐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상세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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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확대)

안에서 위를 올려다 본 모습입니다. 합성을 하려다가 잘 안되어서 그냥 이렇게 올립니다.

거대한 유리 볼트도 놀라울 정도로 투명한 모습입니다. 보시다시피 접히는 부채처럼 주름져 있는데요, 그것이 구조적으로도 큰 역할을 하게끔 되어있나 봅니다.

이 정도의 스팬과 높이라면 역시 간단치 않은 구조 프레임이 있어야 할 텐데, 허전해 보일 정도로 간소하고 투명하게 처리되어 있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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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노랑상자 위에 올라가서 발견한 피난안내도인데요, 건물의 얼개를 쉽게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큰 상자 안에 작은 상자 두 개가 들어가 있는 모습입니다. 팔각형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붉은 나무 상자 (오페라극장)입니다.

그리고 겉에서 기단으로 보였던 부분이, 이렇게 미음자 모양으로 둘레를 감싸면서 오페라극장과 소형공연장의 부속지원지설 및 접근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구요.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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