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답사 (클릭!) 하며 찍은 사진들 중, “(넓은 의미의) 미디어”에 관한 것들 모음…
지하철역에 붙어 있던 “마리오 아울렛” 홍보 간판.
“금천구 패션의 거리”의 대표 선수.
“동대문”에 “두타” 가 있다면, “가산”에는 “마리오” 가 있다.
콘크리트 블록 벽에 스텐실.
원시적이지만, 아직 충분히 유효한 미디어.
지워진 전화번호도 보이고, 지우고 덧쓴 전화번호도 보인다.
나는 저것이,
단순히 흥미로운 현상이나 시각적인 볼거리가 아니라,
살벌한 전쟁의 결과이자,
처절한 절규의 흔적임을,
예전에 잠시 한여름 뙤약볕 아래 하루 종일,
장안동 일대에서 “중고차 담보 대출” 명함을 꽂으며 돌아다녀 봐서 안다.
자동차 윈도우에 꽂혀있는 다른 업체의 명함을 버리고 내 명함을 꽂다가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뭐….
역시 고전적(?)인 미디어. 전신주에 휘감긴 포스터.
깜빡이는 조명, 흘러가는 글자.
“가산” 이 꿈꾸는 미래를 얼핏 엿볼 수 있는.
하지만, “흘러가는 글자” 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능한 모든 수단, 모든 미디어를 동원해서 전달해야 한다.
허공에 떠서 흘러가는 글자들 보다,
출입문 옆 유리창에 붙어있는 큼지막한 숫자들이 오히려 눈에 잘 띄는구나.
정말로 하고자 하는 것은
구체적인 정보의 전달이라기 보다는,
“지금 이 곳에서 무엇인가 비일상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는 분위기의 조성이다.
포스트에 깃발.
거듭, 가능한 모든 수단이 다 동원된다.
동대문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
그 유명한 마리오 아울렛도 자기 위치를 알리기 위해 이렇게 안간힘을 쓴다.
아직 상권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았거나,
“미디어”로 사용될 수 있는 여백이 유독 많은 동네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경쟁이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거나.
어디에서 어떤 상품을 어떤 가격으로 판다는 정보 말고도
알리고 싶은 사실이 많기도 하다.
역시 고전적인 미디어. 이정표.
두리번 거리며 느릿하게 헤메는 보행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유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