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위에는 플랭카드들이 나부낀다.
단순히 “아울렛”들의 “위치”를 알리는 내용도 의외로 많았다.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일까.
그만큼 지금보다 앞으로 더 성장할 잠재력이 큰 거리라는 뜻일까.
옷을 파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떤 조건으로 팔고 있는지를 알리고 싶어한다.
옷을 사는 사람들은 어디에 가야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조건에 살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전단을 돌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에 못잖게 고맙게 받아서 주의깊게 살펴보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짐작한다.
파는 사람만큼 사는 사람들도 간절할 것이라고…
…
…
…
공공의 공간에 설치되는 시설이,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욕구와 별 상관 없어 보이거나,
혹은 그 욕구를 거스르거나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세워진 지 머지 않아,
애초에 세우지 않은 것이 나았을,
거추장스러운 방해물로 받아들여져,
보기 싫은 흉물로 변해갈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현실적인 장치가 무엇일지,
그런 장치를 세련되고 건강하게 풀어내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건축가로써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세우고 싶은 것을 세우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공공의 공간, 공공의 장소를 조성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겹겹이 메달린 플랭카드들은 공간을 나누고 깊이를 만든다.
플랭카드는 어느 정도의 영역감과 다양한 공간감을 빚어내면서도,
공중에 메달려 있기 때문에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도 않으며,
공중에 떠 있기 위한 지지대가 거의 필요 없기 때문에,
바닥을 깨끗하게 비워서 다양한 이벤트와 해프닝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게 한다.
저 플랭카드들이…
“프라이빗”과 “퍼블릭”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영역을 보다 분명하게 구분해 주는 식으로 배열될 수 있다면,
플랭카드들로 빚어지는 다양한 영역들과 공간들 또한,
한결 생기를 띄게 될 것이다.
공중에 떠 있는 플랭카드의 메시지와,
그 플랭카드로 인해 형성된 영역이
서로 “인터렉팅” 한다면… 흥미진진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을 것 같다.
전달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의외로 간단하다.
브랜드와 숫자.
의외로 조금 복잡한 정보도 있다.
간판 너머, 아직 가려지지 않은 거대한 박공의 단면 윤곽은 “구로공단”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큰 길에 면하지 않은 건물벽면은 “구로공단”의 기억을 한층 더 생생하게 담고 있다.
1층 벽면은 이미지로 싸바르고, 남은 벽면은 원색으로 칠하고…
그래도 “구로공단”의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벽면 전체를 거대한 이미지들로 아예 통짜로 발라버려도 공장의 냄새가 난다.
오히려 살짝 겹쳐지게 하는 것이 세련되어 보인다.
공장과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깊이가 생긴다.
여러 매장들의 위치도….
자세하고 섬세한 정보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