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킴멜센터/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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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의 유리벽을 바깥에서 바라본 장면입니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고 가볍게 처리되었는데요.

정우형이 답글에서 말씀하셨다시피, 저 케이블이 아치구조체와 기단과 볼트의 경계에 숨어있을 또다른 수평 구조체 사이에 묶여져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상황입니다. 앞의 글에서 다루었지만, 유리벽면은 수평구조체가 없고 오직 이 케이블에 의해서만 지탱이 되고 있는데, 그 덕분에 이렇게 간단하고 멋지게 연출될 수 있었지만, 아무튼 보면서도 잘 믿겨지지 않는 장면입니다. 아마도 케이블이 굉장히 탱탱하게 묶여져 있나 봅니다.

그나마 케이블도 잘 안보입니다. 그냥 보면 허당에 유리판들이 코킹에 의해서만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내부의 노랑금속상자의 끝부분이 얼핏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러 저렇게 설정되었을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내부의 상황이 살짝 드러나는 것이 묘미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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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볼트를 올려다 본 모습입니다. 마치 잠자리 날개처럼 우아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것을 너머 허전할 정도로 가볍게 보입니다. 저만 놀랍게 느끼고 있는 건가요? 좀 이상할 정도로 얼개가 간단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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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외부에서 기단으로 보였던 부분이 사실은 외곽선을 따라 미음자 형상으로 되어있고, 공연홀과 연결되는 동선 내지는 지원시설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었는데요. 그러한 상황이 쉽게 파악되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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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나무 상자라고 표현했던 오페라 홀 입니다.

(사실은 오페라 극장인지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그냥 이렇게 부릅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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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에서도 잠깐 보았었지만, 이렇게 점잖고 엄숙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내부에서 이루어질 공연의 성격을 암시하고 있다고 짐작됩니다.

기단부와의 관계가 또다시 드러나고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참으로 합리적으로 계획된 것 같습니다. 이 기단부는 바깥의 환경, 컨택스트에 대해서도 적절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다음글에서 다루겠어요.) 내부에서는 보시다시피 아주 합리적인 얼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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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무를 역시 고급스러운 방법으로 짜맞춘 모습입니다. 비싼 가구를 연상케합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나무인 척 하는 플라스틱 쯤으로 짐작했었는데, (전체적으로 너무 깔끔하고 매끄러워 보여서) 이렇게 진짜 나무였습니다.

사실, 나무로 루버를 짜거나 이렇게 추상적인 패턴을 짜서 넓은 벽면을 만드는 것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본 것이고, 한국에서도 많이 유행했던 것인데요. 제가 본 것이 많지 않아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고급스러운 느낌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나무 마감이 이 건물의 경우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리를 잘 울리게 하는, 거대한 고급악기의 울림통을 연상케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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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작은 공연홀 (이제까지 노랑 금속 상자라고 불렀던)은 이렇게 자잘하게 분절되어 있습니다. 주된 재료는 금속골판이지만, 아래부분에는 외부에서 말려들어온 검은 돌벽면과 또다른 곡면벽 등으로 조금 복잡하게 조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료와 바깥으로 藥?ご?제스처에서 오케스트라 홀과 많이 대조가 되고 있는데요, 이 역시 담겨질 공연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 짐작되었습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킴멜센터 전체) 여러가지로 잘 읽혀지는 쉬운 건물인데, 그래서 편안하기도 하지만, 조금 김이 새고 너무 뻔하게 느껴져서 재미가 덜 한 건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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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골판에 볼트지붕 구조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흥미롭고 풍요로운 효과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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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렇게 쉽고 가볍게 시공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모포시스나 게리의 초기작들 ?싸구려 건물들– 을 연상케하는 장면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오케스트라 홀과 좋은 대조가 되고 있고, 공연의 성격을 아주 쉽게 연상케하는 장면입니다. 이런 홀에서 격식을 갖춘 풀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이루어 진다면 조금 이상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기능과 얼개가 쉽게 읽힌다던 지,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에서 모범적으로 근대적인 건물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외관과 내부공간의 관계가 약간의 불일치, 약간의 반전을 보인다(바깥에서 보기에는 벽돌마감의 기단부와 유리볼트가 서로 분리된 공간으로 읽히지만, 사실은 하나의 커다란 대공간이었다)던지, 외부의 컨택스트에 대해 경직되어 보이면서도 부분적으로 유연한 자세(전면부의 요소분절과 비대칭)를 보인다는 점에서는 무식하게 고리타분한 건물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다음글에서는 주변 컨텍스트와의 관계를 비롯한 여러가지 자잘한 상황을 다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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