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얼개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막상 실제로 대면하게 되니 감동적이더라구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밀도가 높았고.
훨씬 더 강렬했고.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기울어진 벽체가 덩어리인지 피막인지 잘 구분이 안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덩어리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 풍경은 지하로 연결되는 길을 내려가면서 옆을 바라본 모습이고.
보통은 길거리로부터 탑사이를 비집으면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왼쪽에 세 개의 탑들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게 그… 전에 봤었던, 탑 사이의 좁은 틈인데요.
계단을 통해 건물 안으로 진입…
거대한 벽이 엄습해 옵니다.
탑 사이를 완전히 빠져나와야 공간의 본모습이 제대로 파악이 됩니다.
가운데 탑으로부터 브릿지가 삐져나와서 기울어진 덩어리로 스며들어가고 있습니다.
스며들어가는 브릿지와 작은 구멍들을 통해 스며들어오는 빛의 파편들은,
기울어진 벽 너머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음을,
즉, 기울어진 노출콘크리트 벽체가 볼륨이 아니라 피막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숭고함과 경건함을 자아내는 공간.
MTV, 유명 외제 자동차 매장같은 상업공간으로서는 다소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이나 기호적인 측면에서의 단서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교회의 십자가 같은것…)
숭고함의 정체, 기획의 의도가 아리송했습니다.
연출되는 강렬한 효과에 비해 정확한 의도가 잘 읽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퇴폐적이라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오히려 그래서 더더욱 힘있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올라온 길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물리적인 거리 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공간의 힘을 놓고 이야기 하자면,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납니다.
세 개의 탑 중 가운데 탑.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허공을 가로지르는 브릿지가 나오고, 브릿지는 기울어진 벽 너머 펜트하우스로 연결됩니다. 물론 엘리베이터에는 암호가 걸려있구요.
동경에서 제일 물 좋다는 아오야마, 아오야마에서도 이런 건물, 이런 집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숨막히는 빛의 향연.
어둠 속에 빛이.
빛 속에 어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