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킴멜센터/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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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검은 곡면벽에는 건립관계자 명단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건물을 한바퀴 빙 돌고 마지막으로 다시 홀로 들어가면서, 문득 이 명단에 건축가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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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에서 창현형이 말씀하셨듯이, 라파엘 비뇰리 아키텍츠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일본에 아직 가보지 못해서 대표작인 도쿄포럼에 가보지 않았지만, 종로 탑클라우드 건물을 워낙 좋게 봤었기 때문에, 라파엘 비뇰리의 이름이 굉장히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건물의 얼개와 제스처, 그리고 대공간을 원숙하게 다룬 솜씨와 경이로운 구조시스템 등이 비로소 납득이 되었습니다. 구조 컨설턴트의 이름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고, 그 점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라파엘 비뇰리 사무소 내부에 전문 구조팀이 있는 것인가요?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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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니 건물 구석구석에서 느껴졌던 깔끔한 분위기에서 탑클라우드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어요. 특히 제일 왼쪽에서 보이는, 요소들을 적절하게 분절하고 그 사이를 루버를 연상케하는 (실제 루버일 수도 있겠지만) 또다른 요소를 채워 넣는 식의 수법 등은 탑 클라우드에서 이미 친숙하게 봤던 것입니다.

 

오른쪽에 엘리베이터쉬프트를 볼 수 있는데요. 기술적으로 그다지 현란하게 표현되지 않아서 건물분위기에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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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입니다. 전면과는 또 다른 식으로 분절되어 있는데요. 금속골판 같은 보다 싸고 경쾌한 재료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그게 주변환경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보시다시피 뒷면에는 전면보다 좀 더 낙후되고 후지고 작은 건물들이 있거든요.

 

유리 볼트가 자체로도 작은 크기가 아니고, 더더군다나 기단부 위에 얹혀져 있기 때문에 더 크게 위압적으로 느껴지기 쉬운데, 너무 경쾌하고 투명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별로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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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면에서 보이는 장면인데요. 기단부의 높이가 주변의 낮은 건물의 높이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투명한 유리볼트 안에 있는 노랑상자와 붉은상자가 보이는 것도 재미있죠.

저 장소에 견고하게 딱 들어맞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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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주 오래전에 세워진 음악학교인데요. 킴멜센터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대지 분석을 하면서 당연히 이 건물이 스터디 대상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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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킴멜센터가 보이는데요. 마감재료, 높이와 너비의 비례감, 기능 등 여러가지 면에서 킴멜센터와 연계가 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무슨 시리즈로 건설된 건물로 보이기도 하구요. 아! 음악학교 건물의 하단부는 검은색이잖아요. 그게 킴멜센터의 검은 석재 곡면 벽을 연상케 합니다. 우연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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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부로 돌아와서

난간에 잔뜩 뭔가가 씌어있었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확인을 못했어요. 건립기금 기부자 명단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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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의 바닥인데요. 물갈기 마감이 아니어서 정말 좋았어요. 우리나라는 대부분 반질반질한 물갈기 마감이잖아요. 그래서 싸구려 느낌 나고. 그리고 비오는 날에는 미끌어지지 말라고 카펫을 보기 흉하게 군데군데 깔기도 하고. 그런게 정말 싫었었는데

 

건물 실내라기 보다는 바깥의 거리를 걷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그래서 더 여유롭고 시원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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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거리의 보도 마감과 홀의 바닥 마감이 줄눈도 일치가 안되고 질감도 다른 점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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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의 유리벽이 기단부의 붉은 벽돌벽에 맞닿는 부분입니다. 프레임없이 심어져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만, 코킹이 조금 두껍고 둔해 보이는 감이 있는 점이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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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곳에 있는 난간인데, 별개의 난간 동자 없이 유리 사이에 난간 고정철물을 끼우는 방식이 깔끔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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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초라고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했는데.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되지 않은 감이 있지만, 전면의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서 바깥의 퍼레이드와 그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더군요. 퐁피두센터에서 느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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