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트인 유리창 너머로 배가 보이는데, 이런 시점에서 보면 지금 서 있는 이 곳도 고정된 건물이라기 보다는 넘실거리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인 듯한 기분도 듭니다.
수화물 등록 대기줄인 것 같은데, 시스템이 바뀌었는지 안내판으로 막혀있더군요.
안내판에는 오오산바시 터미널의 역사가 적혀있었습니다.
2002년도에 있었던 국제 콤페 이야기도 있는데….
와…. 저도 기억이 납니다. 공간지에 실린 당선 결과 보면서 적잖게 황당해 하던 기억이…
당시의 투박한 “상상” 투시도들과 실재로 구현된 지금의 풍경들을 비교해 보니 참 재밌습니다.
비교해 보면, 촘촘하게 세워진 난간처럼, 처음에는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갔다가 (혹은 개념을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생략했다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추가된 디자인 요소도 있고요.
“절판 형식의 실내 천정” 같은 경우는, 애초에는 기술적인 문제 (엄청 긴 스팬) 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다가, 나중에는 아주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되어 버린 경우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격이랄까요.
처음의 러프한 투시도에서 보이는 깔끔하고 세련되게 쭉쭉 펼쳐지는 느낌 또한, 바닥재질이 잔디밭 등으로 다양하게 되면서 다소 변질된 듯 합니다만, 애초의 의도가 훼손되었다기 보다는 설계를 진행하면서 디자인을 좀 더 섬세하게 발전시킨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곧이곧대로 저 그림처럼 지었으면 엄청 썰렁하고 황량했을 듯… 물론 저 그림들이 꼭 저렇게 짓겠다는 의도로 그려진 것도 아니었을 것이고.
햇볕가리개 같은 소품은 엇비슷한 모습으로 끝까지 살아있군요.
아무튼 이 정도면 성공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오오산바시 터미널 이전의, 아주 옛날 풍경들도 있고…
큰 돈 들여서 멋지게 세운 다음에, 크기나 높이, 들어간 돈을 자랑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지어질 때까지의, 건물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정리해 놓고, 또, 건물이 세워지기 이전의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도 정리해 놓아서, 좀 더 깊은 이야기꺼리, 좀 더 깊은 생각할 꺼리들을 만들어 놓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을… 아니, 결과 보다는 과정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