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안쪽, 본관 앞의 큰 계단 아래 …
이전 포스팅에서도 얼핏 말했듯, 디자인을 하다가 만 듯한 느낌도 듭니다.
너무 담백해서, 너무 단순한 느낌.
큰 계단을 지탱하는 기둥이 너무 단순하고 직설적이라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겠습니다.
게다가 기둥 하나하나가 두껍기도 하고, 간격이 넓기도 하고.
어쨌든, 천정고가 무지 높아서 굉장히 고급스럽고요, 좀 흥청거리는 축제분위기같은 들뜬 분위기가 절로 납니다. 거대한 eccp의 실내 공간 중에서 가장 위계가 높은 중심공간입니다.
바깥의 커튼월에서 보았던 엇갈린 사다리 모양의 패턴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재밌구요.
위로 올라가면 계단 밑 공간을 가로질러가는 브릿지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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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위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깥의 큰 계단 밑에는 나무 마감의 또 다른 계단이 있고, 아래 위 두 계단 사이로 트인 공간이 있어서 제법 멀리까지 시선이 트이고,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겹쳐 보여서, 여러 상황, 여러 사건들이 입체적으로 차곡 차곡 얽혀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피라네지의 그림을 연상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나무 계단.
대강의실로 연결되는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여러 용도로 탄력있게 운용될 수 있겠습니다. 계단이라기 보다는 운동장의 스탠드 같은 느낌인데, eccp 가 세워지기 전에 있었던 대운동장과 스탠드의 “장소의 기억”이 이어지는 듯도 합니다. 물론 그런 적극적인 의도가 있었다고는 보기 힘들겠습니다만.
계단에 앉아서 보이는 풍경인데, (나중에 보시겠지만) 바로 위에서 펼쳐지는 폭발적이고 압도적인 풍경과는 조금 다릅니다.
요소들 사이를 비스듬하게 관통하는 시선.
건물의 곳곳을 점유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혹은 스크린 프레임 안의 배우처럼 보입니다..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자질구레한 일상들이 특별한 이벤트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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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가면 바깥으로 연결되는 균열이 보이고…
나무 계단 바로 위에 있는 돌 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