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 살짝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보았던 (클릭!) 세 개의 탑이 보였습니다.
이스터섬의 모아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구요.
같은 모양, 같은 스케일의 기괴한 탑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 압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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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의 둥근 창 두개와 창 사이에 살짝 튀어나온 기둥은 말의 눈과 코를 은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그재그로 엇갈리게 나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창문은, 탑의 내부에 계단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직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바깥에 표현되어 있는 온갖 코드들을 통해 대화를 나누듯 건물을 파악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고 묘미가 있더라구요.
고전양식의 요소들이 파편처럼 여기저기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들이 조합되는 방식은 선례를 찾기 힘든, “족보 없는” 편법이었는데요. 이것 저것 다 갖추고 모든 규범을 착하게 잘 지키며 지어진 건물들도 좋지만, 그런 “건강하고 순수한” 건물에서는 느끼기 힘든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잊혀진 고대 문명의 건물 같기도 하고, 잊혀진 고대 문명에서 만들어진 신비스러운 로봇 같기도 하고….ㅋ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골함석판이나 합판 따위로 막혀있었는데, 그래서 더욱 기괴해 보이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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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혀있는 창문 위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담쟁이 넝쿨들이,
폐허같은 건물을 겹겹이 봉인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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