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A.P.C./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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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내리던 빗줄기가 무거워져서 바로 길 건너편에 있던 카페로 잠시 피난.
안개님은 커피를, 나는 진저에일을 시켜서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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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쳐서 다시 “관찰”을 시작했습니다.
유-글라스가 참 맑아 보이고, 잿빛 하늘과도 잘 어울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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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면으로는 계단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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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고만한 근생 건물에서 고급스러움을 판별하는 주요 기준들 중 하나는, (제가 생각하기로는) 계단을 어떻게 처리했느냐… 인 것 같습니다.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콤팩트하게 최소화하여 별도의 계단실로 처리하더라도, 그 계단을 그냥 콘크리트로 만들어 버리면 그냥 그런 평범한 건물이 되기 쉬운 것 같고… 같은 공간, 같은 면적을 차지하더라도 계단을 형강 따위의 별도의 구조체로 만들면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짜임새가 직접적으로 표현되니까 눈으로 보기에도 즐겁고, 챌판이 열려있으면 계단 아래 위로 소통되는 효과도 나고요. 물론 실제 공사비도 많은 차이가 나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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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강 색깔이 노출 콘크리트 색깔과도 톤이 엇비슷해서 잘 어울려 보입니다.
그에 비해 문 색깔은 좀 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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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서도 앞서 언급했던 특유의 난간의 손스침 처리 방식이 다시 보입니다.

손스침 아래에 수직으로 평철을 보강하는데, 테두리 근처에서는 살짝 생략하는 모습.

새삼 밀려오는 감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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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실 뒷 벽은 압출성형시멘트 패널로 살짝 가려져 있었는데, 패널 단면이 고스란히 노출된 모습이 그냥 감각적으로도 예뻐 보이고,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 없이 가뿐하게 처리되었다는 점에서 “명분”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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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해서 보면, 계단참의 난간에서도 역시 같은 수법의 손스침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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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오면서…
유-글라스의 재질감이나 색깔은 참 마음에 드는데,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되는 것이, 특정 폭으로 모듈화되어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진의 모서리 부분처럼 삐꾸가 나면 보기에 좀 그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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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자 형강 따위로 “액자”를 짜서 그 안에 끼워넣는 식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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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본 내부 풍경.
체커드 플레이트와도 잘 어울려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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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콘크리트 품질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건물이 오래 되어 이렇게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난 포스팅에서 말한 것처럼, 나무널판 문양 때문에 그렇게 큰 흠으로 보이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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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일부 담장은 섬세한 그레이팅으로 되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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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역시 지난 작년 봄, 안개님과 함께 했던 동경 여행 때 찍은 사진입니다.

2. 잠깐 겉모습만 둘러 보았습니다만, 모처럼 제 취향에 잘 맞는 건물이라 사진 찍을 때에도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3. 뒤늦게 정리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쓰는 것도 참 오랜만에 즐거웠습니다.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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