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 내리던 빗줄기가 무거워져서 바로 길 건너편에 있던 카페로 잠시 피난.
안개님은 커피를, 나는 진저에일을 시켜서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비가 그쳐서 다시 “관찰”을 시작했습니다.
유-글라스가 참 맑아 보이고, 잿빛 하늘과도 잘 어울려 보입니다.
옆면으로는 계단이 보이는데…
고만고만한 근생 건물에서 고급스러움을 판별하는 주요 기준들 중 하나는, (제가 생각하기로는) 계단을 어떻게 처리했느냐… 인 것 같습니다.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콤팩트하게 최소화하여 별도의 계단실로 처리하더라도, 그 계단을 그냥 콘크리트로 만들어 버리면 그냥 그런 평범한 건물이 되기 쉬운 것 같고… 같은 공간, 같은 면적을 차지하더라도 계단을 형강 따위의 별도의 구조체로 만들면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짜임새가 직접적으로 표현되니까 눈으로 보기에도 즐겁고, 챌판이 열려있으면 계단 아래 위로 소통되는 효과도 나고요. 물론 실제 공사비도 많은 차이가 나겠습니다만.
형강 색깔이 노출 콘크리트 색깔과도 톤이 엇비슷해서 잘 어울려 보입니다.
그에 비해 문 색깔은 좀 튀는 듯…
그런데, 여기에서도 앞서 언급했던 특유의 난간의 손스침 처리 방식이 다시 보입니다.
손스침 아래에 수직으로 평철을 보강하는데, 테두리 근처에서는 살짝 생략하는 모습.
새삼 밀려오는 감동… -.-;
계단실 뒷 벽은 압출성형시멘트 패널로 살짝 가려져 있었는데, 패널 단면이 고스란히 노출된 모습이 그냥 감각적으로도 예뻐 보이고,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 없이 가뿐하게 처리되었다는 점에서 “명분”도 있어 보입니다.
확대해서 보면, 계단참의 난간에서도 역시 같은 수법의 손스침이 보입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오면서…
유-글라스의 재질감이나 색깔은 참 마음에 드는데,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되는 것이, 특정 폭으로 모듈화되어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진의 모서리 부분처럼 삐꾸가 나면 보기에 좀 그래 보입니다.
기역자 형강 따위로 “액자”를 짜서 그 안에 끼워넣는 식인가 봅니다.
창문 너머로 본 내부 풍경.
체커드 플레이트와도 잘 어울려 보이네요.
노출 콘크리트 품질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건물이 오래 되어 이렇게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난 포스팅에서 말한 것처럼, 나무널판 문양 때문에 그렇게 큰 흠으로 보이지 않더군요.
1층 일부 담장은 섬세한 그레이팅으로 되어 있었고..
…
3줄 요약
1. 역시 지난 작년 봄, 안개님과 함께 했던 동경 여행 때 찍은 사진입니다.
2. 잠깐 겉모습만 둘러 보았습니다만, 모처럼 제 취향에 잘 맞는 건물이라 사진 찍을 때에도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3. 뒤늦게 정리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쓰는 것도 참 오랜만에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