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

1973년의 핀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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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읽은 기억은 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집안 책장에서 찾을 수가 없는, 
‘1973
년의 핀볼

내가 읽은 하루키 작품들 중에서는 제일 애정이 가는 작품.

쓸쓸하고 공허한 분위기가 좋았거니와, 공교롭게 내가 1973년 생이기도 해서
,
소설과 내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듯한 착각을 즐기기도 했었다
.

대학교 2학년 때 인가에 읽었었는데,
나름 감동을 받은 나머지 한동안 이동네 저동네 오락실 뒤져가면서 여러가지 핀볼머신에 열중했던 기억이 난다
.

어울릴 친구나 흥청거리는 분위기 없이 적막 속에서 홀로 핀볼과 마주할 때,
핀볼기계의 현란한 불빛과 소리는 그만큼의 공허함으로 다가온다
.

이는 마치 쇄락해가는 텅 빈 테마파크 속 화려한 조명이 걷잡을 수 없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데
,

이는 또한, 양계장을 개조한 텅 빈 창고에 수십개의 핀볼 기계가 늘어서 있는 초현실적인 풍경이 소름끼치도록 슬프게 각인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전후 사정은 깨끗히 잊혀졌지만, 그 장면만큼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

작심하고 오랜만에 대형서점에 찾아갔다. 책은 소설코너의 구석 책장에 달랑 한 권 남아 있었다. 하루키의 인기를 생각해 볼 때, 나로서는 다소 의외였다.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더라. ‘1973년의 핀볼이 북적거리는 매대 위에 산더미처럼 (마치 1Q84처럼!) 쌓여있는 풍경은 왠지 부자연스러워 보일 것도 같다.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큰 인기 없는 오래된 소설을 굳이 찾아서 돈을 지불하고 집으로 들고와서 책장을 펼치고 읽으려는 순간, 문득 오래된 핀볼 기계를 힘들게 찾아내서 일대일로 마주 서게 된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과 내 모습이 겹쳐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닭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거대한 창고 속 낡은 핀볼기계처럼 ‘1973년의 핀볼은 달랑 한 권,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 책장에 꽂혀있었단 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떤 종류의 상실감을 견뎌내기 위해 핀볼에 집착했던 것으로 희미하게 기억이 난다. 지금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프로그램 매뉴얼도 아니고, 어학교재도 아닌, 하다못해 지금 한참 잘 나가고 있는 베스트셀러도 아닌, 이 소설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의 두 번째 장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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