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리눅스카페

갑자기 계획을 짜서 충동적으로 간 바젤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위대한 도시… 바젤.

헤르조그, 쯔뷤퍼, 렌조피아노, 마리오보타, 리차드마이어, 자하하디드, 안도다다오, ….

등등, 바젤과 그 바로 옆 비트라에서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죠.
태어나서 이런 호사를 누리기는 처음입니다.
배가 부른게 아니라, 눈이 부르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도 다들 친절하고, 멋지고.. 특히 파리에 비교해서!

8월 21일에 찍은 사진들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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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에서는 트램(전차)와 버스의 노선이 아주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유스호스텔이나, 백팩 호텔 등…. 숙소에서 “모빌리티 티켓”을 주는데,
그 티켓만 있으면 숙박기간 동안 바젤 시내의 트램과 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죠.
트램이라는게… 저도 영화에서나 가끔 보고 타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아주 부담없이 탈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마치 발이나 다리같은 내 신체의 연장같은 느낌이구요. 타고 내리고 갈아타는게 너무 편해서 말이죠.

트램의 딱 한가지 안 좋은 점이 있다면,
거리의 하늘을 온통 전선과 전선 지지 와이어로 조각내버린다는 것.
그래서 원경에서 깨끗한 건물사진을 찍기가 아주 힘듭니다.

비가 오는데… 우리나라처럼 줄기차게 오는게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딱 “잔디가 자라기 좋을 정도로” 옵니다. 제법 오래동안 내릴 때도 있고, 내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우산 없이 그냥 비를 맞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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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을 갈아타려고 기다리는 중에, 흥미로운 간판을 발견했어요.
리눅스 카페…. 리눅스, 인터넷, 게임… 그리고 그 이상의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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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을 통과하면 조금 조용한 상점거리가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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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인터넷을 무슨 “선”을 수양하는 고차원적인 정신활동으로 생각하고 싶어하나 봅니다. 로바다야끼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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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터넷카페에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이상한 사이트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요.
아주 경건한 분위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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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으로 꾸며진 컴퓨터 본체들. 디자인 강국 스위스의 위대한 도시 바젤시민들 답습니다.
헤르조그의 건물을 맨날 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이런 본체가 나올 수 있는 것이겠죠.
혹은 그 반대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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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한 켠에 이렇게 컴퓨터 부품들을 전시해놓고 팔고 있는 것도 흥미롭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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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 Alexis S. Wiasmitinow 씨…. (어떻게 발음하는 것인지 짐작이 잘 안가네요.)
참 편하고… “리눅스”스럽게 생긴 사람입니다. 득도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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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는데에 문제는 없었냐. 우리는 손님들의 불만사항을 알고 싶다.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환경을 개선하고 싶다.

전반적으로 환경이 너무 달랐다. 리눅스와 윈도우즈와… 자판이 독일식이라 글자배열이 조금 다르기도 했고. 속도도 조금 느린 듯 했고. 어떤 사이트는 윈도우즈에서 작동되는 것처럼 작동되지 않았다. 나는 내 블로그에다가 인사말을 써 놓고 싶었는데, 글쓰기 기능이 되질 않았다.

(카운터의 컴퓨터를 가리키며) 여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있다. 직접 해 보면서 설명해달라.

여기 보는 것처럼, 익스플로러상에서는 이런식으로… 글을 남길 수가 있는데, 리눅스에서는 안되더라. 또 이렇게… 이 페이지의 어떤 버튼을 누르면 이 페이지가 나와야 하는데, 리눅스에서는 엉뚱한 페이지가 나오더라.

아하! 윈도우즈랑 리눅스랑 체제가 다르고, 익스플로러 기반으로 만들어진 일부 사이트는 이런 장애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해하시는 손님들이 가끔 있는데, 리눅스가 세계인터넷 표준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익스플로러가 표준에서 일탈한 것이다.그들은 막강한 배급력을 통해서 시장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장난을 치고 있다. 일부러 호환이 안되게 만들어 놓고, 윈도우즈에 익스플로러를 끼워서 파는 것이다.

나는 몰랐다. 리눅스가 어떤 것인지 대충은 알았지만, 당연히 윈도우즈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윈도우즈는 사용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한다. 리눅스는 소스가 모두 공개되어 있고, 너가 부분적으로 고쳐서 사용하고 싶으면 고칠수도 있다. 하지만, 너가 윈도우즈를 고쳐서 사용한다면, 너는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독과점이다. 윈도우즈에 익스플로러가 심어져 있고, 익스플로러가 깔리는 순간 네비게이터 같은 다른 부라우져들은 자동적으로 지워진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너 말은, 리눅스가 진정한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냐….

그렇다.

(흐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카페를 “경건하게” 꾸며놓은 것이로군..)

너가 말한 내용을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리눅스 이용자가 별로 없고, 컴퓨터에 당연한 일처럼 윈도우즈가 깔린 상태로 판매하고 있다. 나도 윈도우즈에 익숙해져 있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알다시피, 강한 놈이 모든 것을 갖게 되는 것 아니겠냐. 나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계속 윈도우즈와 익스플로러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아무튼 리눅스의 사용에는 단순한 기술적인 고려사항 뿐 아니라, 어떤 철학적인 가치관이 개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카페가 바젤의 유일한 인터넷 카페인가? 다른 카페는 없나? 윈도우즈 기반의 인터넷 카페는 없나?

몇 군데 더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좋은 말 들어서 고맙고,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신 인상도 참 좋고.. 여기 인테리어나 컴퓨터 꾸며놓은 것들도 아주 흥미롭다.
당신과 이 카페내부 사진을 찍어도 되겠나? 내 추억을 위해서…

찍고 싶은대로 실컷 찍어라. 영광이다. 그리고 여기 명함도 가져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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