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샤또벵상이벤트구경

테크노 퍼레이드를 보았던 몇 주 전의 주말.
그 때가, 나중에 알고 보니 무슨 문화제 관련 축제일이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 있는 “샤또벵상”에 놀러갔어요.

“샤또”는 성 (castle)의 의미이구요. 벵상은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의 남한산성 쯤 되는 관광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역사적인 배경은 아주 다르지만, 그렇게 아주아주 유명하지는 않으면서,
각종 군사적인 시설이 남아있는 “성”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img_653253_1221391_8

이것은 샤또벵상 안에 있는 성당입니다. 내부 수리중이라 안에는 못 들어가 보았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축제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도 제법 많았고, 평소에는 보기 힘들 법한 각종 이벤트들이 벌어지고 있더라구요.
허술한 천막 구조물 앞에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길래 가보았죠.

img_653253_1221391_9

아.. 중세시대의 각종 건축기술을 시연해 보이고, 체험도 할 수 있게 하는 이벤트였는데요.
건물에 쓰이는 돌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화강석과는 아주 다르더군요. 사암의 일종으로 보였는데요, 아마도 석회석이었던 듯.  화강석보다 훨씬 무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연한” 돌이더라구요. 보시는대로…. 작은 여자아이 둘이랑 장인 아저씨랑…. 셋이서 두툼한 돌을 큰 무리없이 톱질로 쓱싹쓱싹 잘라내더라구요. 가공성이 마치 벽산등의 자재회사에서 생산되는 기포콘크리트(ALC)블럭을 방불케 하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놀랍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구요.

img_653253_1221391_12

명절날 한복을 입는 것처럼, 이 사람들도 “전통의상”을 입고 나들이를 나옵니다.
톱질하는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꼬마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찍은 사진.

img_653253_1221391_5

석공(MASON)들이 시연하는 광경. 옆에서 돌가루가 튀어서 고개를 돌리고 있는게 보이죠?
저런 복잡한 모양도, 그다지 큰 어려움 없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그냥 덤성덤성 파냅니다.
각종 연장들.

img_653253_1221391_3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는 꼬마들.
뒤에 썬글라스를 쓴 꼬마애가 보이는데요.
햇볕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여름의 파리에서는 필수품입니다.

img_653253_1221391_11

천막 안의 간이 게시판에 붙어 있던 각종 연장들의 그림과 설명.

img_653253_1221391_13

정을 이용해 “모를따는” 것을 시연하고 있는 석공과, 그 모습을 본 후, 따라해보는 꼬마.
석공이 할 때는 무지 쉬워보였는데, 꼬마가 할 때는 그다지 쉬워보이지 않더군요.
당연하겠지만.

img_653253_1221391_0

납인지, 아연인지…. 아주 무른 금속판에다 문양을 새기는 모습.
문양이 돋아나와있는 나무판위에다가 금속판을 대고, 고무망치로 살살 두들기면, 저렇게 됩니다.

img_653253_1221391_15

석공으로부터 정을 쥐고 망치로 정을 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어떤 아가씨.
정을 원하는 돌의 부위에 갖다대고, 그 정을 망치로 치는 것인데요.

망치를 쥔 팔을 흔들지 말고, 망치를 올릴 때에는 가볍게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고,
망치를 내려칠 때에는 손목이나 팔의 힘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손목의 힘을 빼고, 망치의 무게를 이용해서, 망치를 자유낙하시킨다는 기분으로 내려치는….

제스추어를 보니, 대충 이런 요령인데,
아가씨가 자꾸 “손의힘”으로 망치를 내려치려고 해서, 모양이 자꾸 삐꾸가 나오구요.
답답하더라구요.

아무튼.
나이와 성별, 직업을 막론하고 열심히 진지하게 배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프리메이슨”의 영향력은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죠.(헛소리)

img_653253_1221391_6

각종 연장들.

img_653253_1221391_4

마치 외과의사의 수술기구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img_653253_1221391_1

아까 아가씨에게 설명하려던 작업이 바로 이것이죠. 망치는 그냥 가볍게, 힘주지 않고..
그냥 “톡,톡,톡….”

그러니까 거짓말처럼 정확하게 연필선에 맞추어서 돌파편들이 날라가더라구요.

img_653253_1221391_7

이것은 또 다른 것인데요. 아까 연성이 강한 아연 내지는 납으로 보이는 금속공예와는 정반대 물성을 지닌 금속을 가지고 공예시연을 보이는 모습. 무슨 금속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잘 깨지는” 금속입니다. 탄소가 많이 들어가면 이런 금속이 되는 것이었나? 고등학생 때 배운 것 같은데….  연장으로 톡톡 치니까 금속판이 유리판처럼 깨지구요. 그런 식으로 깨뜨리는 식으로 해서 금방 동그란 금속판을 만들어 내더라구요. 마치 “뽑기” 뽑는 것처럼….

img_653253_1221391_16

아무튼, 앞서 보신 각종 연장들을 사용해서, “모서리 모따기” 작업을 해서… 해서 …. 해서…
이런 부재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부재들로 파리 시내에 널려있는 각종 석조건축물들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img_653253_1221391_10

분위기가 느슨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진지했는데요. 그게 좋았어요.
극성스런 엄마도 없고. 애들이 서투르면 서투른대로, 그냥 옆에서 바라보고.
아무런 부담없이 흥미로와 보이는 코너로 가서 그냥그냥 구경하고, 그냥그냥 해보고.

img_653253_1221391_14

비슷한 사진들을 그냥 막 올립니다….

img_653253_1221391_2

한참 구경한 뒤, 문득 올려다 본 하늘.
높이 솟아 올라온 고딕성당. 비죽비죽 머리를 내밀고 있는 가고일들….

예전에는 이걸 어떻게 만들었나!!! 는 생각에, 그냥 마냥 신기하게만 보였던 것들인데.
한참 돌 다루는 광경을 구경한 뒤에 보니까,
뭐… 만들만 하니까 만들었구나…. 는 생각이 들더군요.

말을 이렇게 하는 거지…. 사실, 정말 대단한 구조물이죠.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