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kyohei-kishida

지난 토요일에는 파리에 돌아온 쿄헤이와 만나서
퐁피두센터와 아랍문화원을 구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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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에서 만난 지 거의 한달만에 다시 만났는데요.
그 사이 옷이 변해있더군요.
옷이 헤져서 이렇게 덧대었다고 하는데.
영어 알파멧 엑스와 와이랍니다.
xy가 “키시”라고 발음된다는군요. 그게 자기 이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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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헤이의 권유로 퐁피두센터 내 예술서적코너로 가서 건축책들을 구경했어요.
몇가지 책이 눈길을 끌었는데.
가운데에, history of formZ 라는 책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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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a의 책. 사전형식으로 되어있고, 온갖 “크리티컬”한 통찰력으로 가득차 있는 신비로운 책.
이걸살까, 히스토리 오브 폼지를 살까 잠깐 망설이다가, 가격이 좀 더 싼 히스토리 오브 폼지를 사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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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 나의 보스, 도미니크 페호의 책.
얼마전 사무소에서 단체로 염가구매한다고, 사지않겠냐고 물어봤었는데.
프랑스말로 되어있어서, 안 사겠다고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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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 앞 광장에서 나란히 앉아서 간단히 요기를 하면서……
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어요.
솔직히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니까.
이럴 때 사용 안 하면 언제 사용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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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가격에 비해 알찬 메뉴에 속하는. 미니 피자와 아이스 티.
몰려드는 비둘기떼로부터 위협을 느끼면서, 허겁지겁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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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요즈음 일본애들이 가지고 다닌다던 알짜배기 유럽건축기행 가이드 북!!!
이거 사려고 그 무더운 여름날에 논현동 심지서적까지 갔다가 허탕치기도 했었는데요.

일본책은, 글자도 예쁘고, 편집디자인이 참 잘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예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일본책 디자인에 따라가려면 아직은 먼 것 같네요.

책을 펼쳐서 몇군데를 소리내어 읽어보니 엄청 좋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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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상의를 한 후, 장누벨의 아랍문화원에 가기로 했어요.
퐁피두에서 아랍문화원까지의 거리가, 사실은 걸어가기에 그렇게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요.
워낙 볼 게 많은 파리이기 때문에, 전혀 피곤하게도, 지루하게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렇게 마음을 몽땅 빼앗기면서 정신없이 걸어다니다가,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열차 안에서 비로서 다리가 무척 저리고 피곤함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센 강변에 이렇게 옛날 책이라던지, 각종 포스터라던지, 그림엽서 따위를 파는 가판대들이 줄지어 있는데요. 이런 구경거리도 참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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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문화원.
동료와 함께 건축답사를 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이렇게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간 스케일 견본이 있다는 점.

1층 로비의 천정고가 무지 낮습니다.

….

아랍문화원의 경우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던 경우입니다.
아주 뭐…. 압도하더군요. 끝내주던데요.
나중에 정리해서 올리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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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고 있으면 코르뷔제의 모듈러가 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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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에게 제출할 여행 견문록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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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에 일본으로 되돌아간다네요.
학기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하고.

그러면서 손수 카피했던 각종 자료들을 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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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빌라사브아의 디자인 변천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빌라사브아가 라뚜렛 보다 감동적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더군요.
대충짐작하시겠지만,
라뚜렛은 거장이 자신의 개인적인 감성을 유감없이 마음껏 펼쳐 나간, 지극히 순수예술적인 결과물이고. 그래서 보고 느끼기에 아주 좋은 건물이지만.
빌라사브아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건축, 새로운 생활, 새로운 공간지각을 향한 비전은 그다지 강하게 표출되지 않은 건물이구요. 그래서 저는 빌라사브아가 더 좋았다고 했죠.
하지만,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은 건물을 들라면,
빌라사브아보다는 라뚜렛을 꼽고 싶군요.

평가하는 기준도 여러가지이고.
느끼는 방식도 여러가지이고.
즐기는 방식도 여러가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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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문화원을 나선 후, 정처없이 헤메다가,
근처 중국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어요.
작은 중국식당에 손님들이 넷 있는데,
일본인(코헤이), 한국인(나), 아일랜드 사람, 타일랜드 사람…..
아주 글로벌한 상황이죠.
주문하는 것을 우연하게 서툰 프랑스어로 어리버리 통역을 하다가,
손님들 국적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런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이겠죠.

…..

각자의 숙소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서툰 영어로 더듬더듬 말하더군요.

“나는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건축공부도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그래서, 파리에 다시 한 번 더 찾아올 것이다.
너 처럼 되어서.”

어이없도록 낯뜨겁고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순간적으로 가슴속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꿈틀하더라구요.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여행을 더더욱 풍요롭게 해 준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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