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봄, 뉴욕에 출장 갔었을 때.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뉴욕타임즈에 구경갔었어요.
선명하고 화려하게 디자인된 것은 아닌데, 제법 멀리에서도 눈에 확 띄는 건물이었습니다. 주변의 고만고만한 건물들에 비해 한결 높기도 했거니와,
허공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가듯 연출된 상층부가 주변 건물들과 많이 달라 보였기 때문이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미드타운에서 흔히 보게 되는 붉은 벽돌 마감과는 많이 달라 보이는 인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채색의 칙칙한 색감과 적극적으로 표현된 구조체들은,
길 건너편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정확한 이름을 몰라서 이렇게 표기합니다.)과 잘 어울려 보이기도 했고,
나름 섬세한 창틀 언저리 장식과 진한 갈색의 벽돌로 마감된 주변 건물들과 비교하자면, 달라 보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이질적으로, 폭력적으로 튀어 보이지는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충분히 눈에 띄긴 하지만, 동시에, 충분히 주변에 녹아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몇 킬로미터 멀리에서도 한 눈에 띌 만큼 거대한 건물이지만, 땅과 만나는 부분의,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시점에서의 풍경이 즐거웠던 건물이기도 합니다.
걷는 사람의 입장에서 당장 코 앞의 풍경에 집중하자면,
샛노란 색깔로 유명한 택시와, 간판의 로고를 비추는 조명등의 ‘갓’ 색깔이 똑같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겠습니다.
건물과 거리의 풍경이 이런 식으로도 ‘연결’, 혹은, ‘조직’될 수 있군요.
그러고 보니, 맨해튼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신호등 색깔 또한 샛노란 색이었는데요.
바둑판처럼 직교를 이루며 끝 없이 뻗어나가는 거리의 풍경 속에서,
적당한 활기와 적당한 질서를 부여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거리 감각을 가늠하는 데에 요긴한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되돌아 보면,
조명등이 이렇게 연출된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