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이응노의 집’에 구경갔었는데, 그 때의 기록입니다.
얕은 산으로 부드럽게 둘러싸인 논밭을 가로질러가다 보면, 문득 나오는 풍경. 살짝 기울어진 작은 깍두기 모양의 흙벽 덩어리들을 만나게 됩니다. 도로와의 높이 차이를 모난 돌을 정갈하게 쌓아서 가렸는데, 건축가의 성실함과 면밀함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주차장에서 기념관으로 진입하려면 다리를 건너게 되어 있는데, 코르텐강으로 싸바른 모습이 반가웠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상되기도 하고요. (아닌게 아니라 다리 건너편에 파주출판도시 스타일의 가로등이 보이네요.) 계획하신 건축가 (조성용선생님)가 속한 또래집단(이런 표현이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의 성향이 엿보이는 듯도 합니다.
고암 이응로 화백의 생가 기념관…. 이응노의 집.
이름 참 잘 지었습니다.
‘집’ 앞에는 연못이 가꾸어져 있었는데, 건물과 함께 전체 풍경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들의 하나로 계획되었다고 합니다.
연못을 지나서, 건물에 다가갑니다. 왼쪽에 복원된 화백의 생가가 보이고, 오른쪽에 새롭게 지어진 기념관이 보입니다. 형태상으로는 대조적이지만, 재료의 질감이나 색깔,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진 스케일(크기)감각이 엇비슷하게, 잘 어울려 보이네요.
오른편의 생가를 옆으로 지나치면서 기념관으로 ‘올라가는’ 길. 극적으로 가파르지는 않지만, 기울어진 지형이 분명히 느껴지는데, 이 지역에서 흔히 보이는 지세입니다. 이런 ‘땅의 감각’은 기념관 내부 공간 연출의 주된 디자인 모티브가 됩니다.
노출콘크리트와 빛바랜 나무쪽널 사이, 반질거리는 유리면이 약간의 이질감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밤에 보면 또 다른 느낌일 듯.
폼타이 자국은 거칠게 얼버무리고, 나무쪽널의 문양을 표현한 노출콘크리트. 진짜 나무쪽널 마감을 한 또 다른 벽면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상황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었겠습니다.
쪽널 문양이 선명하게 표현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 ‘기분’은 유감 없이 느껴집니다. 입체적으로 살짝 쪽널의 단차가 져 있기도 하고, 빗물 따위로 ‘세월의 때’가 얼룩져서 그렇기도 하고요.
빗물을 흘려서 버리는 작은 홈통인데, 조각이 아닌 건축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확인되는, 반가운 장면입니다.
콘크리트 상자와 나무 상자가 맞물리는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는 식. 지금 보니 왼쪽의 조명등이 조금 아쉽네요. 등 본체는 마감 안쪽으로 매입되는 식이었을텐데.
콘크리트와 나무 사이에는 아연도 앵글로 재료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