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로의집/02

나무 널판 마감의 벽인데, 멀리서 보면 따스한 느낌을 주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좀 물렁한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콘크리트나 철판에서 느껴지는 견고함이나 묵직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요.

그런 측면에서, 이 건물의 이 장면에 이 재료가 이런 식으로 쓰여져야 했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바닥은 테라죠 마감. 예전에 학교 복도에서 접했던 것인데, 요즘은 보기 힘듭니다. 타설한 뒤 반질반질 갈아내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한다는 이유도 있고요, 싸고 편하게 쓸 수 있는 다른 마감재료가 많이 나오기도 했고요.

테라죠는 타일이나 마루 널판처럼 구조체에 덧씌워진 느낌이라기 보다는 구조체와 한 몸이 된 듯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그런 느낌이, 나중에 보게 될 내부 공간의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나무 널판 마감의 맞은편에는 블랙 스테인리스 강판의 마감 벽면이 서 있는데, 미술관이 건설된 취지와 함께, 내부 구성에 대한 설명이 써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나무 널판과는 다른 인상입니다. 좀 더 오래, 아니, 영원히 이렇게 서 있을 것만 같은 강인한 느낌을 줍니다. 그 위에, 미술관에 관한 각종 정보가 ‘이음새 없이’ 덧씌워져 있는데, 미술관의 성격과 공간 구성 또한, 블랙 스테인리스 강판과 함께 영원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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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평면.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단순하고 명쾌한 구성입니다. 다른 건물에서도 여러 번 본 듯한, 낯 익은 구성이기도 하고요.

진입 로비와 사무실, 화장실, 강당, 수장고 등으로 이루어진, ‘서비스공간’과…

전시실로 들어서기 위해 거쳐야 하는 ‘사이 공간’ 혹은, ‘매개 공간’ 그리고,

 

‘전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전시 공간’ 못지 않게, ‘매개 공간’이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면적으로도 아주 넓게 설정되어 있거니와, 공간의 정교함으로도 또한 그렇습니다.

건축가는 화가가 남긴 직접적인 작품 못지 않게, 공간으로도,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아니, 작품이 아닌 공간을 통해 전달할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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