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로의집/04

완만하게 올라가는 방향을 따라 들어간 뒤, 뒤돌아 본 모습입니다. ‘매개공간’에 상자처럼 생긴 전시실이 맞물린 상황이 잘 보입니다.

‘전시 상자’ 양 옆으로는 햇볕과 함께 바깥풍경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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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상자’ 사이로 보이는 햇볕과 바깥 풍경 또한 전시실 안의 컬렉션 못지 않게 중요한 전시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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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상황은, 장누벨이 설계한 리움에서도 발견되는, 형식으로만 보면 그리 새로울 것은 없는, 아주 단순한 구성인데, 기대 이상으로 현란한 분위기가 연출되더군요. ‘전시실 내부’와 ‘매개 공간’이 입체적인 꼴라주를 이루며 충돌하고 있었는데, 제법 비현실적인 인상을 주고 있었습니다.

공간구성과 함께 내부 조명이나 마감재료로도 대조가 이루어져, 차이가 극명해지고, 보다 극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덕분에 공간의 감각이 왜곡되는 듯한 착각도 들고요.

물리적으로는 ‘전시실’과 ‘매개공간’, ‘바깥 풍경’, 세 가지의 꼴라주이겠는데, 의미적으로는 ‘작품’과 ‘미술관’ 그리고 ‘(작업의 바탕이 된)작가의 고향’ 세 가지의 꼴라주가 되겠습니다.

단순히 컬렉션들을 모아놓고 보여주는 미술관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서의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게 하는 미술관이 되기를 바랬던 건축가의 마음.

미술관이 굳이 (찾아가기도 힘든) 화가의 고향에 들어서야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건물의 이름은 ‘이응로 미술관’, ‘이응로 기념관’이 아니라, ‘이응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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