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로 가는 고속 버스.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져서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가끔씩 지나가고 있는 동네에 대한 옛이야기라던지, 민요 등이 안내 방송으로 나오기도 했구요.
가끔씩 철제 트러스로 만들어진 옛날 스타일의 다리가 보였는데, 나름 신기.
시골 마을 풍경.
구마모토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큰 길 가운데 다니는 전차가 인상적이었어요.
일단 도착하자마자 역으로 가서 후쿠오카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고…
구마모토성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구마모토 시내 주요 지점과 구마모토성을 연결하는 “구마모토성 순환버스”
의자
“어서 오십시오 구마모토”
거의 모든 안내문에는 한글이 병기되어 있어서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살짝 헷갈릴 때도 가끔 있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구마모토성”를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
구마모토성에 대한 짧막한 설명이 나옵니다.
밀리터리, 전쟁사에 나름 관심이 많아서 가토 기요마사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흥미를 갖고 있었던 터라 이리저리 살짝 어깨너머로 흘려 들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구마모토성을 만든 가토 기요마사는 잘 알려진대로 임진왜란 때 고니시 유키나가와 함께 조선침략 선봉에 섰던 사람입니다. 호전적이고 저돌적인 성품으로, 비교적 침착한 성품이었던 고니시와는 대조적인 캐릭터의 장군이었고, 히데요시가 일부러 대조적인 두 장군을 서로 경쟁시킨다는 의도에서 둘을 나란히 선봉대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출신(무인가문-약재상아들)과 종교(불교-천주교)에서도 좋은 대비가 됩니다.
둘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파죽지세로 한양을 정복한 뒤, 고니시가 평양으로 올라가는 동안 가토는 함경도로 올라가서 조선의 왕자를 생포하는 등의 전과를 올립니다. (초상이나 조각에 곧잘 호랑이를 깔고 앉아있는 모습으로 묘사가 되는데, 그 호랑이가 조선 함경도 호랑이랍니다.) 나중에는 추위와 조선의 반격에 밀려서 울산까지 후퇴하게 됩니다. 엄청난 거구로, 당시로서는 지금의 최홍만급의 거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울산성에서 포위되어 고립되었을 때 보급부족으로 엄청나게 고생을 했고, 그 때의 경험이 구마모토성을 지을 때 많은 교훈이 되었다고 합니다. 성 안의 타다미를 고구마줄기로 만들어서 유사시에는 뜯어서 삶아 먹을 수 있게 한다던지…
다시 일본으로 돌아올 때, 가토의 부대는 병력의 큰 손실 없이 비교적 온전히 후퇴할 수 있었지만, 고니시의 부대는 그 유명한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이 지휘하는 조명연합함대로부터 궤멸적인 타격을 입어서 병력의 엄청난 손실이 있었고, 이는 이후 두 사람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버스가 너무 예뻐서, 도착한 다음에도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크기가 아담해서 귀엽기도 하고, 차체가 낮아서 오르고 내리기에 편하기도 하고.
그림 너무너무 예쁘고.
예전 구로카와 고속버스에서도 그렇고…
워낙 일러스트레이션, 삽화 방면으로 저력이 있다보니 곧잘 이렇게 곳곳에서 아름다움과 깜찍함이 표출되곤 합니다.
휴게실에서 라면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휴게실에 걸려있던 포스터인데,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대략 “유서깊은 거리 – 구마모토시” 정도 되는 의미인 듯 합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지자체 홍보 포스터인데, 지자체 단체장 아저씨가 두 팔을 어정쩡하게 벌리고 서서 어색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보통의 우리나라 홍보 포스터와는 수준이 다른 모습입니다.
또 다른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