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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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안개님이랑 동경 여행 갔을 때,

다이칸야마였던가… 캣츠스트릿이었던가… 에서 찍은 사진.

타공판을 쓰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에 걸리는 것이 평활도 문제이다.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 게다가 구멍이 송송 뚫린 철판은,

왠만큼 작은 단위로 촘촘히 잘라 내어도 적잖게 표면이 울렁거리는 것을 곧잘 보게 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판을 잘게 나누면 판 하나의 평활도는 높아지지만,

그만큼 여러개의 판들을 이어붙여야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여러개의 판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면은 심하게 울퉁불퉁해지기도 한다. 

아무튼 평활도가 낮아서 표면이 울렁거릴 때, 진짜 싼티가 나더라.

그런데 이렇게 골판처럼 접은 타공판을 쓰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은,

약간의 간격을 두고 다양한 각도의 타공판 표면들이 겹쳐보이는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타공판을 사용하면서 표면의 효과를 과잉되게 기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타공판을 한 겹 세우는 것 만으로는 그럴듯한 표면효과를 거두기 힘든 게 사실이다.

간격을 두고 타공판을 겹쳐서 늘어놓을 때,

시선의 각도를 약간만 달리하는 것 만으로

표면에 놀랄만큼 희한한 입체적인 효과가 생기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오키 준이 디자인한 동경의 루이뷔통 매장 건물,

그 거는 타공 패턴은 아니고 체크 패턴인데, 아무튼 그런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우는 엄밀히 말하자면 두 겹으로 늘어 세운 것은 아니지만,

비스듬히 꺾여지는 골판이니까,

나란히 두 겹으로 세워놓은 것 못지 않은 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이런 골진 타공판을 두 겹 겹쳐 세우면 훨씬 더 현란한 효과가 생기겠다.

스킨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지는 단점이 있겠지만.

시선을 어느 정도 가려줄 필요가 있는, 밀도가 높은 도심의 근생 건물 따위에서

잘 써 먹을 만한 재료인 것 같다.
 

아, 난 이런게 너무 좋아.
근데 이미 10년, 20년 전에 누군가가 마음껏 해놨던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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