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로의집/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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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내려온 계단. ‘매개공간’에서 느슨한 경사로의 연속으로 처리되었던 높이 차이를 단숨에 연결하는 계단이었지요. 노출콘크리트 계단인데, 살짝 애매하게 둔한  느낌이 들더군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는 이 모습이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조금은 아쉽더라구요.

계단 디딤판 언저리에 시커먼 색의 테두리 철판이 둘러쳐져 있는데, 바닥 테라죠 시공을 위한 틀인 동시에 의장적인 역할도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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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과 벽이 맞붙는 곳에는 틈을 두었는데, 그게 앞서 말씀드린 ‘테두리 철판’의 너비와 얼추 비슷해 보이는 것도 나름 재밌습니다.

바깥에는 별동으로 처리된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가 있었는데, 비스듬한 경사지붕의 깍두기라는 공통된 디자인 모티브인데 마감재료만 나무로 바뀝니다. 프로그램의 중요한 정도에 위계를 두어, 다소 부차적이고 본질에서 벗어난 시설에는 가볍고 임시적인 느낌을 주는 재료로 마감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돌이켜보면, 본동의 입구로비 언저리와 화장실 부분 마감이 나무인 것도 그렇습니다.

별동 또한, 벽이 땅과 만나는 순간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모습.

바깥에서 보았던 지붕의 조형은 그대로 내부 공간에 반영됩니다. 구석에 몰려서 뚫린 창은 위로 솟아나는 공간은 공간대로 다소 호사스럽게 남겨두고, 바깥의 풍경을 좀 더 밀도 깊게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아, 창이 뚫린다기 보다는, 창이 세워지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 듯.

빛이 아래에 몰리다 보니 위의 지붕의 기울기가 어둠 속에 잠기는 데, 그런 것도 나름 매력적이네요.

옆에서 보니 지붕의 기울기와 창의 관계가 잘 드러납니다.

화장실의 급배기 팬 입구. 하나만 붙으면 군더더기인데, 두 개가 나란히 붙으면 의장요소가 됩니다.

실은, 찾아갔었을 때, 더 급배기 팬이 고장나서 실내에 화장실 냄새가 콤콤하게 돌았었는데요. 그리 큰 건물도 아니고, 화장실에 창문을 적당히 뚫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창문을 뚫으면 건물의 추상적인 조형으로서의 느낌이 많이 훼손되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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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쪽널 마감에서는, 이런 모습이 늘 아쉽습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백퍼센트 순수 조형일 수 없는 ‘건물’의 한계가 드러나는 장면인 것 같기도 하고요. 하늘과 맞닿는 경계의 끝까지 나무만 보이게 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4 Comments

    1. 아…. 포스팅에 기본적인 정보를 적어놓을 걸 그랬습니다. 벌써 다녀온 지 오래되어서, 저도 따로 갖고 있는 정보가 없네요. 검색을 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1. 이응노의 집
    고암 이응노생가기념관
    충남 홍성군 홍북면 이응노로 67-1
    041-630-9232
    포스터에 정보가 이렇게 나와있네요.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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