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하시는 언니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워낙 일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간략한 설명인지라 전문성은 조금 떨어졌지만 (언니 지식이 모자랐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님), 적절한 유머도 잘 섞어가면서 맛깔나게 말씀하시더라. 관광객들 호응도 좋았고. 웃음이 끊기지 않았다.
요즘 궁에 가면 참 흐뭇하다.
안내판도 잘 꾸며놓았고…
안내하시는 분 소품이나 의상에도 성의가 깃들여있다.
놀이개 형식의 명찰이라든지..
개량된 가죽신이라든지..
사극을 즐겨보는 편인데, 울나라 사극은… 건물 안에서의 빛과 그림자의 연출에 늘 아쉬움이 많다. 일본 사극이 이런 쪽에서는 단연 압권이지. 한낮에도 어두컴컴한 목조 건물 특유의 깊은 분위기가 잘 묘사된다. 밤에 일렁이는 호롱불을 받으면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면 같은 것도 좋고… 울나라 사극은 너무 훤하고.. 훤한것도 형광등스럽게 훤해서 분위기 다 깨지고 말야..
예전엔 일년에 적어도 두 번 정도는 들렀던 곳인데…
오랜만에 와보니 감회가 새로왔다. 다른 느낌이 들었다.
참 좋았다. 좀 놀랐다.
자동차가 도입되면서 전에 없던 근대적인 유형의 공간이 생기고, 각지게 잘라내던 바닥돌을 둥글게 잘라내게 되었다. 당시 석공의 마음이 궁금하다.
근대문물의 영향을 받아 “개량한옥” 스러워진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되는데, 이런게 참 재밌다.
새하얀 햇볕 아래 알록달록한 돌담은 맑은 수채화.
꽃그림자.
물그림자.
안내 언니 인기 좋았다. 즐거워하는 관광객들을 보니 내 기분도 으쓱해졌다.
다만 안내 코스가 다소 축소되고 설명이 간략하게 된 것이 아쉬웠다.
아마도 폐쇄되었던 뒷쪽 영역이 개방되고 코스가 전문(?)코스와 대중(?)코스로 이원화되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조만간 인터넷 신청해서 자유관람코스도 구경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