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청_평생학습프로그램

성북구청 평생학습프로그램에서, ‘도시와 건축, 문화이야기/길바닥으로 엿보는 문화’라는 주제로, 총 8회의 특강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여덟 번째, 마지막 시간으로, 성북동 일대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001

성북구청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라, 가능한 성북구에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다루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잠깐 고심 끝에, 성북동 일대를 짧게 답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돌이켜보면, 첫 번째 직장이 성북동에 있었고, 예전에 큰할아버지 댁이 성북동에 있었는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주 낯선 동네는 아닌데, 수강생들을 이끌고 안내하는 입장에서 동네를 둘러보니, 새삼스럽게 재미있는 구석이 여기저기 보이더라구요.

002

답사 준비를 하면서, 저로서도 성북동의 매력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조선말 젖갈 장사를 하면서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종석이라는 사람의 별장. 근현대로 넘어오는 문턱에서의, 개량한옥으로서의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

004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

005

만해 한용운 선생님이 사셨다는, 심우장으로 올라가는 골목길. 살기에는 불편하고, 구경하기에는 근사한 공간입니다.

006

심우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북정마을이라는 곳이 나오더군요. 집주인은 사라지고, 반쯤 허물어진 집을 살짝 정돈하고, ‘미술관’이라고 쓱쓱 써 놓는 것으로, 그냥 ‘미술관’이 되었는데, 마침 북정마을 사람들이 기증한 옛 사진들을 액자에 넣어서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장소, 미술관, 전시작품. 세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근사한 기획.

007

산동네의 좁은 골목길은, 흥미진진한 공간감이 곳곳에 연출되는, 흥미진진한 공간입니다. 몸에 밀착되는 듯한 공간의 스케일이 포근하기도 하고, 상하 좌우로 비틀린 공간을 아슬아슬 관통하는 의외의 시선이 즐겁기도 하고요.

008

그런데 한바탕 재개발의 미친바람을 겪었는지, 많은 집들이 비어있었고, 살기등등한 벽보들이 붙어있기도 했습니다. 재개발이 된 다음에도 동네에 남아있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재개발을 찬성하고, 재개발이 되면 동네를 떠나 어디론가 쫓겨나야 하는 사람들은 재개발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나 봅니다. 그 와중에, 왠만한 친척보다 가깝게 지내던 정든 이웃들이 하루 아침에 원수가 되는 일도 있나 봅니다.

009

구경꾼의 입장에서 피상적으로 정겹게만 느껴지는 아늑한 골목길도, 갑자기 원수 사이가 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나누어 쓰는 상황에서는, 지옥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010

골목길에서 내려와, 이태준이라는 소설가가 살았었다는, 이태준 가옥, 수연산방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곳으로. 잘 가꾸어진 찻집.

011

답사를 마치고, 근처 유명하다는 ‘금왕돈까스’에서 점심 식사. 바빠서 식사를 하지 않고 먼저 가신 분들도 계셔서 단촐해졌습니다.

특강을 막 시작했을 때 보다는 인원이 다소 줄어들긴 했는데, 그래도 남은 분들은 많이 만족해하시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지난 여덟 번의 특강을 돌이켜 보면, 전문적으로 훈련 받지 않은, 그래서 건축이나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이 아직 없는 분들을 상대로 나름의 가치관이나 믿음을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흔치 않는 기회였습니다. 귀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마포구 신수동에서 진행했던 여덟 번의 특강을 다듬은 내용인데, 그 때 보다 내용으로나 형식적으로나, 여러 모로 발전한 것 같아서 스스로도 뿌듯합니다.

012

식사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013

이웃끼리 서로 의심하고, 서로 거짓말을 주고 받게 되어 버린.

2 Comments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