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들어졌을 다리 상판은 사라지고, 돌로 만든 다리 받침 (교각)만 남았습니다. 그 위에 쇠로 만든 새로운 상판을 올려놓았습니다.
다리 받침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몇 개의 구멍들이 당시의 작동방식, 결합방식을 얼핏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마침 보수 중이어서 다리를 건너가진 못했습니다.
성벽에 바짝 붙어서 너머를 내려다 보니, 넘실대는 도나우강이 보였습니다. 끝 없이 펼쳐진 지평선 가운데, 오직 이 돌산, 이 성 만이 외롭습니다. 굽이치는 도나우강, 곡률이 정점에 이르는 지점에 이 돌 산이 솟아나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꽉 맞물린 모습입니다. 어쩌면 이 돌 산에 흐름이 막혀, 굽이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지점에 성을 세우지 않을 수가 없었겠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커다란 절을 세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석사처럼요.
그리고, 전에 보았던 망루. 혹은 감옥. 아래로부터 올려 보았을 때 보다 좀 더 각별하게 느껴지더군요. 흐르는 강을 묵묵히 바라보는. 어쩌면 등대와도 같은 이미지.
반대편을 바라보았습니다. 또 다른 성채가 보이고, 예전에는 건물의 일부, 방의 연속이었을, 지금은 약간의 흔적만 남은, 키 작은 돌 벽들의 조직이 보였습니다.
고생하셨던 피디님들. 카메라 삼각대를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두툼한 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성채로 올라가는 길. 이제 보니 길 바닥 마감이 옥의 티 처럼 거슬리네요. 테마파크 처럼, 벽지로 모양만 낸 듯한 느낌이라 아쉽습니다.
무늬만 돌인 장판.. 은 분명 아니었지만, 아무튼 이질감이 들어 보였던.
올라가다가, 뒤돌아 서서 찍은 사진. 자세히 보면 아까 보았던 철교도 보이고, 방금 보았던 ‘방의 흔적’ 들도 보입니다. 두 봉우리를 연결하는 능선을 따라 벽을 세우고, 능선의 가운데 부분에는 벽을 따라 건물도 세우고. 능선의 시작점과 끝점이 되는 바위 봉우리에는 성채를 올린, 전체적인 상황이 읽혀집니다.
어디까지가 원래 지형이었는지, 어디서부터가 덧붙여진 부분인지, 사진을 두고 상상해 보는 것도 소박하게 즐거운 일이겠습니다.
얕은 언덕을 올라가, 봉우리 위에 얹혀진 또 다른 성채의 흔적으로 들어가는 길.
지붕과 바닥은 사라지고, 벽만 남았습니다. 창문과 구조체를 꽂아두었을 구멍들의 배열을 통해, 대략 어떤 구성의, 어느 정도 크기의 건물이었을 지, 짐작을 해 볼 뿐입니다.
…
뒤돌아 서서, 방금 들어왔던 길.
많이 부서지고 남은 부분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남아있었습니다.
너무 많이 부서져 있어서 아쉬웠었는데, 이로부터 사 오일 뒤에는, 원형이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성들을 구경하게 됩니다.
몇 개 인가의 계단을 올라가면, 또 다른 풍경이 보이는데, 아, 이 방향으로는 산이 조금 있었네요.
그리고, 여전히, 굽이치는 강도 보이고.
3줄 요약
1. 브라티슬라바 근교에 위치했던 오래된 성, ‘흐라드_데빈’에 갔었습니다.
2. 바위와 한 몸이 되어버린 오래된 성벽이 볼만했지요.
3. 또 가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