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체르베니카멘/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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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내용인데, 더 잘 드러나는 사진을 뒤늦게 발견해서 올립니다. 접근하는 길의 방향과 건물 내부 중정의 배치 방향이 살짝 어긋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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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에 가까이 접근해야 성문 너머의 중정이 깊숙히 보이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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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을 통과하면 중정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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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없이, 그냥 눈으로 보면 대략 이런 정도의 느낌. 연한 베이지 색으로 정돈된 벽체에 가지런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는 창문들이 참해 보이는데요. 그에 비해 지붕 위로 비죽 튀어나온 굴뚝들은 좀 두서 없어 보입니다.

굴뚝을 통해 내부 공간의 배열 상황, 공간이 어떤 식의 위계를 두고 쌓여있는지를 짐작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렇게 굴뚝이 촘촘히 솟아 있는 곳은 귀한 신분의 사람들이 머무는 방이 배열된 부분일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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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은 중정 가운데 쯤까지 걸어와서 방금 지나온 성문 언저리를 되돌아 본 것인데, 이렇게 굴뚝이 없는 부분은 물건이나 자재 따위를 쌓아놓은 창고, 혹은, 사람이 머물더라도 오래 머무는 방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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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창문의 크기나 배열을 통해서도 건물 속 공간의 구성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지붕 바로 아래 작은 창문의 배열 간격과 아래 기준층(?) 창문의 배열 간격이 어긋나고 있는 모습도 나름 흥미롭습니다. 건축적인 규율에 경직되게 맞추지 않고, 내부 기능의 필요를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맞추는 식으로 디자인된, 어떻게 보면 나름 모던한 태도로 디자인된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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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기를 부리듯 매달려있던 빗물 선 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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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층(?) 부분은 같은 크기의 창문들이 그래도 최대한 가지런하게 배열되어 있는 데 반해, 중정에 접해있는 1층 부분의 창문과 문은 모양이나 위치가 정신이 없이 아주 산만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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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아 놓으니 예전 어렸을 때 우표 수집하던 기억이 납니다. 최소한의 기능과 구성원리를 공통원리로 공유한 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여러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

시간 차이를 두고 그 때 그 때 필요에 의해 생겨난 문들이라서 이렇게 되었는지. 혹은, 비슷한 시기에 뚫렸는데, 내부 공간의 성격, 즉, 문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신분이나 상황을 충실히 반영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는지, 모를 일입니다만, 이래저래 상상해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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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편이 우리가 방금 들어왔던 성문입니다만. 이런 장면도 흥미롭습니다. 내부 공간 쓰임새의 변화가 읽혀지는 부분. 다시, 이야기를 품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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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방범창살’이겠는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해서 그런지, 이런 것도 예뻐 보이더라구요. 그에 비해 막힌 줄눈 조적 패턴을 흉내내어 그린 모습에서는 조금 싼티가 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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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자로 둘러싸인, 직사각형 모양의 중정인데, 어떤 부분은 이렇게 낮은 건물이었습니다. 여기 창문 패턴도 볼만하네요. 문은 똑같이 반복되는데, 창문은 문득 작아지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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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사슴이 조각된 분수대. 며칠 뒤 다른 성에서 사냥한 사슴을 박제한 머리나, 잘라낸 뿔 따위를 수 십 수 백 개 모아서 전시해 놓는 모습을 접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장면에서 슬로바키아 고유의 문화랄지, 지역색의 일면을 엿보게 됩니다.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 지배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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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열쇠. 아주 오래된 자물쇠에 맞추어 만들어진 큼지막한 열쇠도 있어서 나름 신기.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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