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바닥에는, 방의 윤곽을 따라서 두툼한 붉은 카펫이 깔려있었습니다. 동선을 권하기 위해 깔려있는 것으로, 방 바깥의 방/복도 로부터 연장된 것이죠.
카펫 덕분에 돌이 얼마나 오돌도돌하게 깔려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도 조금은 흥미로웠습니다. 이음새가 느껴지지도 않는, 요즈음의 건물 바닥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는데요.
질감이나 접지감이 이런 정도로 바뀌는 것 만으로, 바닥에 대한, 그리고, 공간에 대한 의식이 사뭇 달라지더군요. 바닥을 깔고 벽을 세우고 지붕을 덮어서 ‘내부’를 만드는, 원초적인 행위에 대한 의식이 조금은 더 또렷해지는 것 같기도 했구요.
방 풍경을 다른 각도에서 찍어서 연결한 것.
사슴이든 염소든, 여기저기에 많이도 걸려있었습니다.
2층 구경을 하고 내려가는 길.
마당으로 나와, 지하로 들어갑니다. 지하광물을 저장하던 창고가 있는 곳이죠. ‘체르베니카멘’이라는 군사시설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물쇠와 손잡이.
낮고 어두운 복도의 정면에 작은 창이 뚫려있는데, 창 너머로 좀 더 ‘깊은’ 공간이 얼핏 느껴지더군요.
많은 양의 광물을 이리저리 운반하면서 쌓아두었던 곳이라, 천정이 높고, 지하이기 때문에 창문의 크기나 위치도 제한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원래의 의도와 상관 없이, 마치 종교시설처럼 엄숙하고 숭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구석으로 가면 바깥에서 보았던 둥근 포탑의 내부로 연결되는데요. 창문으로부터 스며들어오는 빛과 대포가 제법 근사하게 어울려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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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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