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체르베니카멘/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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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틈을 통해 찌르듯 스며들어오는 빛. 창문과 빛이 없었다면 벽의 의미가 이렇게 실감나게, 그리고 간절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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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벽면에 가지런히 늘어선 창문의 리듬이 즐거운 즐거운 한편으로, 정면으로는 굵은 기둥 너머 또 다른 공간이 보입니다. 훤히 뚫려있어서 따지자면 한 공간이지만, 저 기둥 하나 때문에, 그리고, 다른 질감으로 물들고 있는 빛 때문에, 다른 공간으로 읽혀집니다.

‘노랗게 물든 방’에는 조금 있다가 가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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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공간, 또 다른 창고로 내려가는 길. 뒤늦게 사진을 보니, 계단이 시작되고 끝나는 부분에 아주 작게 빨간색 표시를 해 놓은 것이 눈에 띕니다. 원작(?)의 원래 느낌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면서도 할 역할은 유감 없이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나중에 타트라의 등산 코스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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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내려가면 또 다른 창고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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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방금 내려 온 길이 보입니다. 방금 위에서 보았던 공간과 비슷한데, 한쪽으로는 또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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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반대편은 막다른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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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해 내려 꽂히듯 쏟아지는 강렬하게 하얀 햇볕과, 물들이며 흘러 넘치는 은은하게 노란 인공 조명, 대략 두 가지의 빛이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바닥에 얼룩진 하얀 햇볕이 평면에 무늬를 그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마치 어떤 입체감을 연출하고 있는 듯 보여 더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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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록하게 튀어 오르는 것처럼 보였던 새하얀 빛의 덩어리는, 시선의 방향이 바뀜에 따라 다시 얌전하게 가라앉으면서 바닥에 납작하게 드리워진 무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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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나 맥락에 상관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는 어떤 무엇. 온전히 물질과 공간에 속하는 세계. 귀금속을 저장하는 창고였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예배 드렸던 성당이었든 상관 없이, 그냥 그렇게 감동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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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들어오는 햇볕의 방향이나 세기에 따라, 공간 또한 다른 표정으로 물들게 됩니다. 당연한 일이겠는데, 접할 때 마다 신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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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바닥은 (늘 존재하고 있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현상을 드러내어 전달하는 매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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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의 정확한 모양을 드러내며 찍히는 빛과, 테두리에서 흘러 넘치며 번지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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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닥 뿐 아니라 벽 또한 그렇습니다. 현상을 드러내어 전달하는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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