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04

내부 인테리어와 카운터 또한 건축가의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건물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훌륭한 디자인인데, 다만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추가로 놓여진 간이 칸막이 같은 소품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말아서 기둥 안에 넣었다가, 필요하면 줄자처럼 껴내서 건너편으로 연결하는 칸막이인데, 카운터 안에 넣었더라면 한결 깔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눈에 띄었던 것은,

공간을 휘감듯 흘러가는 커다란 ‘틈’이었습니다. 어두워지면 안에서 불이 켜지겠지요. 가운데 계단실을 비롯해서, 건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두말 할 것 없이, 건물 전체에 일관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었겠습니다.

곧 보게 될 장면인데, 이런 식으로, ‘틈’ 또는 ‘끈’의 이미지가 건물 전체를 휘감으며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기둥의 난간 높이 쯤 되는 곳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표현하는 상징 표식이 판박이처럼 새겨져 있었는데, 끊임 없이 유연하게 이어지는 ‘끈’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안팎을 관통하며 부드럽게 이어지는 사람의 흐름에서 나온 것이겠는데, 바로 앞에서 본, ‘공간을 휘감듯 흘러가는 틈’과도 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간단하지만 차별되는 모티브에서 비롯된 공간 개념인 만큼, 반복적으로 표현하기도 쉽고, 인테리어 요소나 표식 등 여러 차원에 걸쳐 응용되기도 쉽습니다.

 

두툼하게 넓은 공간인 만큼, 흘러가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움직임이 멈추며 고여있는 공간에 가까운데, ‘끈’이 급격하게 브이자로 꺾이는 모습은, ‘움직임이 멈추며 고인다’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짐작하며 바라보고 있자니, 확실히 흘러가던 시선을 머물게 하는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흐름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인데, 넓게 펼쳐진 공간의 속성과 부합하는 것이죠.

‘끈’과 함께 벽의 표면이 물결치는데, 그러다 보니 서비스 공간으로 연결되는 부출입구(오른쪽 구석) 같은 부차적인 요소가 필요 이상으로 도드라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벽이 접히면서 벤치가 되는 모습이 반가웠습니다. 곧잘 상상하던 상황이었거든요.

건물 안 깊숙이 들어오면서 천정 높이가 높아지는데, 언덕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르는 건물의 형태와 맞아떨어진 결과겠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앞선 포스팅에서 다루었듯, 창문이나 문 등 외부와 만나는 부분의 스케일은 가급적 사람의 몸 스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한다는 의도의 결과이기도 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커다란 조형물처럼 표현된 벽면과 달리, 단순하게 펼쳐진 표면을 바탕으로 온갖 설비 요소들이 무난하게 배열된 천정이 아무래도 아쉽더라고요.

낮게 찢어진 창문 너머로 낮은 언덕처럼 솟아오른 건너편 건물 본체가 보이고, 그 너머로 ‘일상의 서울 풍경’이 살짝 보이네요. 겹쳐진 실루엣 너머 멀리 보이는 풍경을 통해,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왔는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외부 돌바닥에 그라데이션 효과가 표현되어 있는데, 마름모 꼴 패턴이라 무난하게 소화되는 느낌.

다음 공간으로 ‘흘러’갑니다.  좁은 천정에 나란히 늘어선 둥근 공기조화 급배기구가 나름 어울려 보입니다.

또 다른 넓은 공간이 펼쳐지는데,

앞서 보았던 ‘시민쉼터’의 천정과는 많이 다른 표정입니다. 전시장의 전실이다 보니, 공간 개념도 달랐을 것이고, 천정에 설치되도록 요구되는 기계,전기설비의 종류도 달랐을 것입니다.

창문이 경사지다 보니 방풍실 윤곽도 이렇게 비스듬한 모양인데요.

경사진 외벽을 길다랗고 경사진 방풍실 덩어리가 관통하다 보니, 이렇게 애매한 공간이 생깁니다. 버리지 못해서 화단을 꾸며놓았는데, 또 그 화단으로 들어가거나 하면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질 것 같으니 칸막이를 세워놓았네요.

전시장은 유료니까 건너 뛰고, 조금 더 ‘흘러가면’ 계단이 나옵니다.

건물의 조형에 따라서 완만하게 휘어진 벽면은, 프로젝터의 영상을 담아내기에 제격입니다.

엄청난 계단입니다. 크기나 표현의 정도에서 과장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정처 없이 흘러가느라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건물 한가운데, 이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몸짓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법 합니다.

보이드(void)로 뚫려진 영역을 거의 가리듯 하다시피 이리저리 굽이치는 두툼한 계단이 장관입니다. 시원스럽게 뚫려서 위 아래 공간을 통하게 한다는 의미 보다는, 수평에 가깝게 흘러가던 공간의 흐름을 온전히 계속 이어나가게 한다는 의도가 강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과장된 몸짓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꿈틀거리는 몸짓을 강조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금 애매한 부분이 생깁니다. 건축은 조각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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