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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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우드플래닛(wood planet) 2014년 11월호에 간단한 원고를 기고했었습니다. ‘건축가의 실현 가능한 상상력’이라는 기획으로 릴레이 연재되었던 코너인데, 내용을 좋게 보셨는지 이례적으로 표지 바로 뒷면에 실렸었네요. 기록의 차원에서 더 늦기 전에 정리해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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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집 / 천경환

우리에게는 참 신기한 일일 수도 있겠는데, 지구상의 어디엔가, 예를 들어 미국의 요세미티 같은 곳에서는 집채보다 큰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거대한 나무 줄기의 일부를 자르고 속을 파내어 만들어내는 공간을 상상해 보았다. 흰개미 같은 곤충들이 집을 만드는 방식이라 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로 무언가를 만든다고 했을 때,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나무를 잘게 잘라내어 판이나 봉의 형태로 가공해서 부품을 만든 뒤 그 부품들을 짜맞추는 방식을 생각한다. 나무의 속을 파내어 공간을 만드는 것은 나무의 가공법에 대한 도전이자 나무라는 재료의 물성에 대한 재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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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된다. 나무는 생체조직이기 때문에 나이테라든지 옹이 같은 생체의 패턴에 따라서 뒤틀리고 휘어지고 부식된다. 그렇게 생긴 온갖 틈과 구멍을 타고 바깥의 빛과 바람과 이슬, 빗방울이 스며들어온다. 그렇게 해서 나무 속 공간은 그 나무만의 질감과 향기, 그리고 그 나무의 삶의 내력으로 채워진 공간, 즉 나무의 혼이 깃든 공간이 된다. 진정한 ‘통나무집’이라 부를 만 하다.

‘통나무집’에서 보내는 시간, 그 시간의 체험은, ‘나무로 만든 집 속에서의 생활’이라기 보다는 ‘나무와 함께하는 명상’에 가까울 것이다. 나무의 본질과 마주하며 원시의 동물로 돌아가는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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