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몰코인월(coex_mall_coin_wall)

구경할 것이 있어서 코엑스몰에 잠깐 놀러 갔습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완전히 바뀌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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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재료가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한결 단순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둥의 경우, 하얀색의 코리안(아마도?) 마감에, 부분적으로 동그라미 패턴이 새겨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새하얀 동그라미 패턴에 드문드문 이상한 얼룩이 져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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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패턴에 동전이 끼워 있더라구요. 패턴의 구멍 크기가 100원 짜리 동전 크기랑 신기할 정도로 비슷해서, 동전을 끼우면 다시 빼기 힘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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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크기의 구멍들이 그라데이션 효과를 염두에 둔 듯 배열되어 있었는데, 개중에는 10원 짜리 동전의 크기랑 비슷한 것도 있네요.

동전은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그 크기 또한 누구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요. 워낙 익숙하다 보니 아주 비슷한 크기의 같은 모양이라면 얼핏 눈에 띄어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이렇게 직접 확인하게 되고, 더 나아가 동참하게도 되나 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익숙한 스케일 감각에 반응해서, 자기 돈을 들여가며, 기어이 이런 짓을 하는 모습.

디자이너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디자인이 세상을 향한 우월하고 일방적인 ‘송신’일 것이라 믿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통해서, 수동적인 수신자인 줄 알았던 사람들 또한 가끔은 자신들에게 던져진 메시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그들 또한 디자이너 못지 않는 ‘송신자’가 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용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디자인이 제법 많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단순한 해프닝에 머무르지 않고, 아주 성공적일 수도 있었던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기둥 전체에 저 패턴을 배열하고 ‘픽셀’삼아서, 간단한 글자나 그림을 새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한 번 끼운 동전을 사용자들은 다시 뺄 수 없는데, 관리자들은 간단한 조작을 통해 밀어 넣어진 동전을 정기적으로 수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코엑스몰을 채운 수 십 개의 커다란 기둥들이,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온갖 메시지들을 담아내는 매체, 디지털을 흉내낸 아날로그 스크린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트레비 분수대 못지 않은 명소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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