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장소는사람으로기억된다

[깊은풍경]장소는사람으로기억된다

지난 겨울, 대구시 중구청에서 주최하는 시민아이디어공모전이 있었는데, 대구토박이 장성보 선생님과 팀을 이루어 박용범인턴의 도움을 받아서 참여하였습니다. 얼마 전 2차 심사를 거쳐 당선이 되었는데요. 정리해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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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는 이름 그대로 대구 시가지의 중심에 위치합니다. 중구의 중심에는 대구읍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일제 시대 직전 허물어졌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동성로’ ‘서성로’ ‘북성로’ 등 길 이름으로만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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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영역인 ‘대구은행 북성로지점’은 북성로와 서성로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는데, 옛 대구읍성의 북서쪽 모서리에 해당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우현서루’라는, 독립운동가들을 양성했던 교육기관이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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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그냥 평범한 도심 풍경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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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로와 서성로를 흘러가고 있었을 대구읍성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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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읍성에서 연장된, 가상의 궤적을 또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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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읍성과 연장된 궤적은 동전의 앞뒷면, 또는, 실체와 거울에 비친 상의 관계라 의미를 부여할 만 합니다. 어느 하나 없이는 다른 하나가 존재할 수 없고. 그래서 어느 하나의 존재가 다른 하나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연상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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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연장된 궤적을 자르고 움직여서 대구은행 북성로지점의 껍데기로 삼습니다. 기억을 드러내는 스크린으로 삼을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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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서루라는 교육기관의 흔적은 오직 이런 안내판으로만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불리웠던 건물이 이 곳 언저리에 있었다는 사실만 전해질 뿐, 그 건물의 모양이나 크기, 앉음새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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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 이동식 선생님,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조성환 선생님,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 박은식 선생님 등, 우현서루를 거쳐간 독립운동가들의 면모는 놀라울 정도로 쟁쟁합니다. 우현서루의 기억은 안내판이 아닌 사람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일상 속으로 매끄럽게 스며들어가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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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이 건물의 외벽과 저층부 조경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공모전의 조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부의 업무공간과 외부의 간판 등은 그대로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조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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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구조체를 덧씌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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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스크린을 조성하기 위한 지지대를 설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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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역할을 하는 루버를 촘촘하게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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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소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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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위에 덧씌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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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로를 따라서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접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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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면 갈 수록 루버에 덧씌워진 이미지가 점점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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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로와 서성로의 교차점, 즉 옛 대구읍성의 모서리에 들어서야, 비로소 세 얼굴을 동시에, 또렷이 볼 수 있게 됩니다. 우현서루와 대구읍성의 기억이 포개어지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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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점에서 조금 벗어나는 순간, 얼굴은 다시 희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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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얼굴들은 처음부터 마치 허상이었던 것처럼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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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버는 환기 성능을 유지하고 채광 성능을 최적화하면서 시선을 적당히 걸러내는 건축적 장치입니다. 기존 건물의 가치를 높이면서 새로운 외관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에 제격입니다. 루버의 바깥 날 부분에 붉은 아크릴을 덧대어 이미지를 만듭니다. 루버의 단면형상과 방향, 간격을 조절하여, 이미지가 특정 각도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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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부 조경공간은 읍성을 은유하는 돌벽의 정원으로 꾸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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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덩어리를 쌓아서 만들었던 대구읍성의 현대적인 번안으로, 계단과 의자, 작업대 등의 요소들이 하나로 통합된, 입체적인 인공 지형입니다.

……

당선작은 실제로 구현될 것이고, 그 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만, 어떤 형식으로 얼만큼 참여하게 될 지 두고 볼 일입니다.

저는 평소에 대단한 기술이나 희한한 스타일을 동원하지 않고 원하는 메시지를 연출하는 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관심사를 구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는 데에 의미를 두려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대구와 조금 더 친해지기를 희망합니다.

대구시 중구는 도심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장소의 의미를 찾아내고 되살리는 사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중구의 노력에 저의 제안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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