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디자인

 

2016_01_31_커뮤니티디자인

 

커뮤니티 디자인

야마자키 료 지음, 민경욱 옮김

무엇인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멈추자 사람이 보였다.

사람을 보는 디자인.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디자인.

막 시작한 프로젝트 진행 관련, 참고로 삼아야 할 것 같아서 내 돈 내고 사서 읽은 책.

저자는 조경(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 사업체(studio-L)를 운영하고 있으며, 교토조형예술대학 교수이다. 조경디자이너, 건축가, 교수. 그를 부를 수 있는 많은 호칭이 있겠는데,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커뮤니티 디자이너’다. 커뮤니티를 디자인한다는 것이 그의 주된 활동인데, 건축이든 공원이든, 하드웨어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내는, 이끌어내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지방 소도시의 공원,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외딴섬, 망해가는 백화점, 약속되었던 거대 인프라의 건설이 갑자기 취소되어버린 산골 마을 등이 그의 활동무대이며, 사람들의 조직이 작업의 결과물이다.

“디자이너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공원의 대다수가 왜 10년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적막한 장소로 변해 버리느냐” 는 의문이 시작이었다. 답은 간단하다. 일본은 더 이상 성장을 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제규모도, 인구도 줄어들고 있고, 그러면서 사람들의 조직, ‘커뮤니티’가 와해되어, ‘무연고 사회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되어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용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저자가 만든 말이 아니며, 이미 60년 무렵부터 사용되었는데, 다만 그 의미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예전의 ‘커뮤니티 디자인’은 당시에 성행했던 뉴타운 건설과정에 나왔던 말로, 신도시 거주민들을 위한 ‘광장’이나 ‘센터’ 등의 물리적인 공간을 다루는 것에 국한되어 있었다. 지금 저자가 이 책에서 사용하는 ‘커뮤니티 디자인’은 좀 더 단어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사람들의 관계’의 디자인을 가리킨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미를 바꾼 것으로, 세상이 바뀌니 전에는 필요 없었던 직분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만들지 않는다.

혼자 디자인하지 않는다.

만드는 방식을 만든다.

등, 그가 설명하는 커뮤니티 디자인 방법론은, 어디에선가 들어 본 듯한 말이긴 하지만,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책 읽는 내내 두근거리지는 않았고, 지루하기도 했다,

책은 주로 저자의 경험담을 다루고 있다.

‘만들지 않는’ 디자인

‘사람을 보는’ 디자인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 디자인

‘’더 괜찮은’ 가능성의 디자인

‘스스로’ 가치를 찾는 디자인

‘함께’ 과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등의 단락으로 나뉘어 있고, 단락 마다 두 세 개의 경험담이 들어 있는 구성이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아서, 딱히 에피소드들을 이런 갈래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대부분 이방인으로서 지역 주민들과 부대끼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숨겨진 문제나 요구를 찾아내고, 자발적인 조직을 이끌어내어 소박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한 작은 공원이라든지,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발굴해서 보여주는 소박한 지역 잡지나 사진엽서, 농촌의 평범한 집을 쉽게 민박집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간이 칸막이, 지역주민과 공무원, 해외 디자이너들을 함께 묶어 진행한 워크샵의 경험, 협의 기간을 넘어 스스로 작동하여 선순환하기 시작한 자발적 관리 조직 등이 결과물들이다.

그다지 외향적인 타입이 아닌 나로서는 상상하기만 해도 골치 아픈 장면들이 많았고, 그래서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구경하는 입장에서도 복잡한 이야기인데, 직접 헤쳐가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글에서는 고생에 대한 생색이나 엄살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담담한 가운데 낙천적인 기질이 느껴지는데, 그러니 이런 일을 하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 있다. 노인은 많아지고 젊은이는 줄어들고. 이웃과 가족이라는 커뮤니티는 해체되어 개인만 남는다. 시골의 활기가 없어져서 유령마을이 속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 흐름 속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역류를 만들어 내고, 가능해 보이지 않았던 활력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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