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떡 건축 / 황두진

무지개떡 건축 / 황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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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떡 건축 / 황두진

무지개떡 건축은 저자가 제안하는 디자인 방법론 내지는 건축 유형을 일컫는 말이다. 책의 주제는 ‘한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시루떡이 아닌, 여러 색이 켜켜이 쌓여 알록달록한 단면을 드러내는 무지개떡 같은 건물을 짓자’는 제안이다.

지금 우리의 도시 풍경과 그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삶에 대한 진단에서 시작되어, 다른 도시와 건축물에서 엿보는 다른 측면에서의 가능성, 무지개떡 건축이라는 개념과 개념의 구현을 위한 실천적인 방법론의 소개로 이어지고, 개념을 실제로 구현한 글쓴이의 작품 설명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데, 덕분에 글쓴이의 주장은 단발적인 재치를 훌쩍 넘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투에서 지적 허영이나 권위의식이 느껴지지 않아서 읽기에 편하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편하게 읽을 수 있다니 얼마나 즐거운지.

1. 우리는 어떤 도시에 살고 있을까

지금 우리 도시의 풍경을 시루떡 도시라고 규정, 도시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복합의 개념’이 왜 보편화되지 못했는지 살펴본다. 시골에 대한 향수가 직주근접을 거리끼게 했고 그래서 복합화가 널리 퍼지지 못했으며, 많은 이들이 도시에서 태어난 지금은 심리적 고향이 도시 바깥에 따로 존재하지 않기에 도회적인 생활, 즉 복합화가 보편적으로 퍼질 상황이 되었다고 주장. 나로서는 이런 방면에서부터 논지를 시작한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고, 조금 놀랍기도 했다.

2. 도시라는 생태계

‘밀도’와 ‘복합’을 왜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도시는 밀도가 높기에 친환경적이며, 서울의 밀도는 유럽 도시에 비해서 아직 충분히 높지 않다는 주장. 패리미터 블록과 중정,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 등 다양한 사례에 대한 소개가 즐거웠음.

3. 다공성과 중첩된 기하학

‘밀도’와 ‘복합’을 더 풍성하고 현실성있게 구현하는 개념으로 무지개떡 ‘다공성’과 ‘중첩된 기하학’을 이야기. ‘다공성 밸브’ 라는 개념 재미있고, 한옥을 통해서 중첩된 기하학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대목은 조금 기발하기도.

4. 무지개떡 건축의 설계

무지개떡 건축의 정체에 대한 소개. 개략적인 구성방식과 그 이유. 비슷한 생각을 많이들 할 것 같다.

5. 무지개떡 건축으로 만드는 동네

무지개떡 건축이 들어서기에 적당한 입지조건을 이야기. 지역지구나 필지의 면적 등 물리적인 조건과 더불어, 눈치우기와 선거참여 등 사회적인 효과 등을 이야기한다. 이 단락에서 조금 놀랐음. 막연한 꿈이 현실적인 생명을 얻기 시작. 그런데 단락 끝무렵, 건물의 쓰임새는 건축이 아닌 디바이스가 결정한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식상했다.

6. 무지개떡 건축의 사례

‘무지개떡 건축’이라는 개념과 관련된 글쓴이의 작업 소개. 학부졸업설계부터 몇 개의 소규모 건물들, 그리고 최근 글쓴이가 진행했던 학생공모전에 대한 이야기. 30년동안 특정 개념을 의식했던 것은 아니었겠는데, 아무튼 신기하고 부러운 일이다.

그런데 사실은 본문의 이전과 이후, 즉 책의 처음과 끝이 더 인상적이다. ‘여는 글’의 맨 처음에 글쓴이의 학부 3학년 때 설계 과제물이 등장하는데, 30년 전의 이 작업에 이미 무지개떡 건축의 개념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정말로 그렇다!) 그리고 ‘닫는 글’의 뒤에는 ‘무지개떡 건축 지수’가 부록처럼 실려있는데, 어떤 건축물이 얼마나 ‘무지개떡 건축스러운지’ 가늠케 하는 일종의 채점표이다. 사후 평가표인데, 무지개떡 건축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지침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재치 있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오는 한편으로, 살짝 오싹해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정말로 배워야 할 것은 이런 것들이다. 일생을 관통할 만한 꿈의 주제를 설정할 줄 아는 안목, 긴 시간 동안 흩어지지 않는 집요함, 그리고 개인적인 꿈에 보편성을 덧입혀 널리 퍼뜨릴 줄 아는 전략적 감각.

역사, 신기술, 생활상의 변화 등 여러 각도에서의 논거를 들어가면서 변화의 필요성 내지는 필연성을 주장하고 있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르 코르뷔제의 ‘새로운 건축을 향하여’와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지개떡 건축’은 선언서이자 매뉴얼이다. 글쓴이의 개인적인 꿈에 담긴 보편적인 가치. 많은 공감을 얻어서 널리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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