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반곡동주택/01

[깊은풍경]반곡동주택/01

작년 6월에 설계계약하고 올해 4월에 착공해서 한창 시공중인, 반곡동주택에 대한 중간 정리입니다.

0001원주 혁신도시 반곡동에 위치한 땅인데요. 아직 집들이 많이 들어서지 않아서 좀 황량한 느낌입니다. 멀리 각종 공기업의 사옥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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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반곡역으로 올라가 찍은 사진입니다. 3면이 모두 노출된 모서리라는 사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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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과거 건축설계를 전공해서인지, 건축가에게 무엇을 설명하고 어떻게 요구해야 할 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건축주께서 상세하게 만들어온 요구사항을 출력해서 그 위에 메모하면서 회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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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후 첫번째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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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공간 목록과 크기에 대한 요구사항을 그대로 간단한 그림으로 정리해서 보여드렸습니다. 건축가가 하는 일의 본질은 결국 이 것입니다. 건축주의 요구를 시각화 하는 일. 요구사항을 1차적으로 정리한, 건축가의 주관이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그림이지만, 2층으로 쌓았을 때 세 덩어리가 나오게끔 정리한 것이라 이미 디자인은 시작된 것입니다.

단위 공간을 짜맞추어 세 개의 대안을 준비하였습니다. 자잘한 덩어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건축주 가족에게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하나의 큰 마당 보다는 여러 개의 작은 마당들이 더 좋다는 말씀을 염두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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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안별로 간단 평면도를 그려서 보여드렸는데, 물론 이것은 각각의 단위공간들이 어떻게 조직되어 어떤 생활을 연출할 것인지에 대한 상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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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야를 더 넓혀서, 집이 어떤 느낌으로 대지에 들어서게 되는 지, 주변 땅이랑 길이랑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를 보여드렸어요.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 보여주신 모양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라 조금 놀랍다.”

“세 개의 대안을 준비하셨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하나의 대안으로 보인다. 다른 대안을 보고 싶다.”

“모양은 좀 단순한 편이 좋겠다.”

라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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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보고. 앞선 세 개의 대안 중에서 하나를 더 발전시키고, 더불어서 새로운 두 가지의 대안을 준비했어요.

최대한 단순하게. 정사각형이랑 직사각형. 정사각형은 단순함을 좋아하는 건축주의 취향에 맞는다는 장점과 함께, 같은 평면 넓이 대비 껍데기 면적이 줄어들어 공사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작은 혹이 달린 직사각형은 실내에 차고가 포함되어 공사비는 좀 더 들겠지만 살기에는 확실히 편할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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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보다는 좀 더 공이 들어간 평면도. 겉모양 뿐 아니라, 평면의 공간 구성에서도 물론 각각 내용이 다르고 나름 할 말이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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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넓은 시야에서 바라본 그림도 그려서 보여드리고.

실내공간구성과 스케일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커다란 모형도 준비했어요.

이번에는 확실히 만족하시더라구요.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어서, 당장 무엇을 고를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그럼 결정을 다음 보고 때 까지 미루고, 그 때 까지 두 대안을 각각 더 발전시켜보겠다고 했습니다.

0035다음 협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사각형 대안.

0036직사각형 대안. 지구단위 계획에 지붕의 형식(경사지붕)과 최소 기울기 등의 내용이 정해져 있어서, 경사지붕의 여러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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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를 통해서, 결국 정사각형 대안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대지는 네모난 필지들이 나란히 늘어선 블럭의 끝입니다. 보통은 한면, 기껏해야 두면이 노출된 다른 보통의 필지들과는 다르게 사방이 노출된 상황인데, 그렇다면 블럭의 끝 또는 블럭의 시작이 이곳이라는 ‘선언’을 하는 듯한 몸짓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사각형이라는 모양이 좀 더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구요. 또, ‘하나의 커다란 마당이 아닌 여러 개의 작은 마당’이라는 애초의 요구에도 부합하기도 합니다. 건축주께는 ‘길게 이어지던 문장의 마침표’ 같은 이미지라 말씀드렸는데, 크게 동의하셨습니다. 표피 면적이 적어서 공사비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겠다는 장점에서 시작한 대안이었는데, 막상 땅 위에 그려보니 다른 장점들이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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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계획은 크게 흔들려, 건축주께서 제안한 내용을 큰 줄기로 하되, 현실적으로 다듬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붕 모양은 탐구했던 여러 모양들 중 가장 간단한 것으로 채택. 앞서 말씀드렸듯, 지구단위 계획에서 지붕의 구체적인 모양을 지키도록 되어 있었는데요. 사방이 노출된 블록 끝이라는 특별한 땅에 그냥 평범한 박공지붕을 만들기는 싫더라구요.

사방이 노출되는 땅인만큼, 보이는 각도에 따라서 의외의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는 지붕이라면 근사할 것이라 생각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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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의 모양은 분명 박공지붕이지만, 지붕의 가장 높은 선 (용마루?) 을 여러 개 만들고 그 것들의 높이를 맞추면, 대체적으로 평평한 형상이 암시될 것이라 상상했어요. 곧이곧대로 어떤 형상을 갖는 편 보다는, 사실은 아닌데 얼핏 그런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원래 좋아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집 전체가 네모 반듯한 인상을 갖는 편이 정사각형 평면에 어울릴 것 같기도 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 이 모형은 급하게 여러 모양을 탐구하려고 스티로폼을 깎고 종이를 접어서 올린 것인데, 요리조리 돌려보며 들여다 보니까, 안으로 빛이 튕겨 들어가는 게 보이더라구요. 모형처럼 정말로 건물 본체는 반듯하게 끝나고 지붕은 그 위에 가뿐하게 올리는 식으로 만들면, 내부 공간에서의 빛 연출이 근사할 것이라 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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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콘크리트 구조 본체 위에 각형강관의 지붕구조를 짜서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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