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2017길바닥

작년 10월 말, 건축주께 진행 보고드릴 겸, 마침 열리고 있던 몇 개의 건축전시회 구경도 할 겸, 동경에 갔었는데요.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해서 오랜만에 올립니다. 하드에 쌓아놓고 잊어버리느니, 소박하게라도 정리해서 포스팅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겠지요. 동경에는 볼만한 건물들이 많지만, 못지 않게 평범한 동네 풍경이나 길바닥 풍경도 재밌더라구요. 예전에 한창 포스팅 열심히 했을 때 동경 길바닥 풍경을 다루었었는데, 벌써 옛날 일이 되었네요. 그 때에는 주로 정교하고 깔끔한 면모에 초점을 맞추었었지요. 이번에는 그 때 다루지 않았던 내용 위주로 정리하려구요.

산이 거의 없고 대부분 평지이지만, 그래도 곳곳에 작은 언덕이 있고 오르막내리막도 많습니다. 경사길이 시작되거나 끝나는 지점, 또는 입구 언저리에는 이런 것이 있더라고요. 자전거 타고 내려올 때 반드시 감속하게끔 말이죠.

얇은 볼라드를 연달아 붙여 벽처럼 세우고, 그렇게 세운 벽을 엇갈리게 놓아서 작은 미로를 만들었는데요. 이 때 선명한 노랑색의 점자블록은 길이 휘어져있음을 알려주는 사이니지(signage)로써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아주 요긴하겠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감속 정도가 아니라 자전거 통행 자체가 많이 어려울 지경이네요. 이런 아이템의 디자인은 얼마나 거부감 없이 연출하느냐가 관건인 듯.

황거 주변을 지나가다가, 바닥이 예뻐서…

굵직하게 떼어낸 후 혼드마감을 한 듯. 표면과 더불어 마구리의 경계도 우둘두둘하고, 더불어서 줄눈을 꽉 채우지 않아서 입체감이 납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것 같죠.

황거에서 도쿄역으로 가는 길에. 역시 굵직하게 떼어내서 깊은 그림자가 지고,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연출.

센소지 부근의 낡고 조용한 동네에서. 동네 이름은 까먹었어요. 평범한 규격의 보도블럭을 사용, 흔한 패턴으로 배열한 것인데, 낮은 채도의 비슷한 계열 색상으로 코디하는 것 만으로 사뭇 다른 인상을 줍니다.

역시 특별한 패턴이나 디자인개념을 넣지 않고 배색만 고급스럽게 해도 느낌이 많이 다른 경우입니다.

길과 문턱에 높이차이가 있을 때, 철판 따위로 작은 경사로를 만드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서울에서도 곧잘 보았던 것인데,

기성품도 있더라고요. 레고블럭처럼 짜맞추어 길이를 조절할 수도 있고요.

놓이는 부분이 빗물 배수로를 겸할 때가 많을테니 물이 빠지거나 지나갈 구멍이 필요합니다.

종류가 여러가지였는데,

역시 모서리에는 물 지나가는 구멍이…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짜투리 공간을 잘 활용하더라는 것과, 빗물배수로 턱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

배수로에 맞추어 빗물맨홀 또한 맞춤식으로… 턱높이가 낮으니

아자부 방면으로, 아침에 빵먹으러 나왔다가 찍은 사진인데, 길쭉한 비례감이 즐겁습니다.

좁은 폭에 맞추어 빗물을 모으는 드레인을 설치한 모습.

폭이 좁으니 블럭을 부분적으로 들어내고 식재를 하거나 자갈을 채워서, 그라데이션을 표현하기에 좋네요.

근처 건물 지하로 통하는 입구인데, 계단 손잡이가 인상적이어서. 손스침을 계단 기울기에 곧이 곧대로 평행하게 놓지 않고 살짝 무지개모양처럼 부풀렸는데, 계단을 오르내릴 때 속도를 덧붙이는 듯한 느낌이 날 것 같습니다. 느슨하게 기울어진 난간 기둥들도 즐거워 보이고요. 난간 손스침 끝을 접었는데, 가방끈이 걸리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겠네요. 손스침 끝이 난간기둥에서 멈추었다면 경쾌하게 흘러가는 기분이 나지 않겠지요.

오모테산도에서 찍은 사진. 플랜트 경계와 벤치를 겸한, 조각같은 거리 가구. 보고 또 봐도 반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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