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연남동다가구주택증축리모델링

작년(2017년) 여름, 진행했다가 건축허가 이후 중단되었던 프로젝트입니다. 연남동의 오래된 다가구주택을 증축/리모델링하는 내용인데요.

많이 낡아보이는데, 의외로 벽돌을 비롯한 구조는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의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올린다면 (신축) 지금의 주차기준에 맞추어 1층은 필로티로 비우고 주차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땅이 좁아서 정북방향 일조권 이격거리 (일조권 사선)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건물의 층수를 넉넉하게 많이 올릴 수도 없구요. 그렇다면 차라리 신축보다 증축리모델링을 하는 편이 더 큰 연면적을 확보하는 길이 됩니다. 증축리모델링이라면, 증축분에 해당하는 면적 만큼만 지금의 주차기준에 맞추어 주차장을 확보하면 되거든요. 주차장을 한 대만 두거나 아예 안 두는 식으로 계획을 해서, 1층 대부분을 유용한 공간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왼쪽 그림이 변경 전, 오른쪽 그림이 변경 후 인데요. 하얀색의 뾰족한 덩어리가 수직증축한 부분입니다.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서 담장과 대문을 허물고, 휘감아서 올라가던 외부계단을 직통계단으로 바꾸어 붙인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축과 함께, 예전의 통상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계획되었던 기존 평면을 지금 이 동네에서의 임대시장에 어울리는 평면으로 바꾸는 계획을 합니다. 서너명의 동거인 (핵가족)을 염두에 두고 방을 잘게 여러 개로 나누었던 평면을,

1인이나 2인 가구를 염두에 두어 시원시원한 평면으로 바꾸고요.

2층의 이랬던 평면을,

이렇게, 발코니 방면으로 전면 폴딩도어를 두고, 거실, 주방, 식당이 하나로 이어지는 시원한 공간으로 바꾸었습니다. 계획상으로만 보면 기존의 벽을 완전히 털어버리는 것이 좋겠지만, 벽돌벽으로 지지되는 연와조구조이기 때문에, 오래된 벽을 많이 허물수록 구조보강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기존의 벽을 최대한 살리면서 평면을 요즈음 트랜드에 맞게 바꾸는 것이 나름의 어려움이었지요. 구조설계 결과 구조보강비용은 각오했던 것 보다 한결 낮게 확인되었고, 보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증축되는 3층에는 호사스러운 펜트하우스를…

위에는 다락이 있어서, 건축물 대장 상으로는 3층이지만 체감으로는 4층이나 마찬가지.

초기 프리젠테이션에서는 보수적 성향의 의뢰인을 대상으로 증축리모델링이 성공적인 사업임을 입증하는 것이 큰 일이었습니다. 도면과 모형을 들고 동네 부동산을 돌아다니면서 이 계획으로 어느 정도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조사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뻘쭘했는데, 사업이 진행되어 세를 줄 방이 나오고 거래가 성사되면 수수료 수익이 생길 것이기에, 부동산에서는 이런 협의를 아주 반가워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부동산에서는 계획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연남동에서 잘 통할만한 평면계획이라 평가했고, 이 땅에서 이런 집이라면, 얼마에 팔아줄 수 있다 (세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 확인해주었습니다. 확인된 가격과 지금의 가격을 비교해서 기대되는 수익을 뽑을 수가 있는데, 예상되는 공사비가 기대되는 수익 보다 넉넉하게 적다면, 충분히 할 만한 사업이 됩니다.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제시하는 댓가로 설계용역을 따내는 것인데요. 계약하고 건축허가까지 받았는데, 자산 운용 관련 세금 문제가 뒤늦게 확인되며 용도에 관련된 요구조건이 크게 바뀌었고, 디자인 용역 범위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건축가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손을 털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진행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기존 건물 디자인과 주변 상황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맥락에 대한 고민이 그리 치열하지 못했고, 일조권 사선을 직설적으로 반영한 증축부분의 제스춰가 그리 정교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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