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6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6

지난포스팅(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5)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굵직한 루버로 드문드문 채워진 투과성있는 껍데기는 앞서 말했듯 또렷한 윤곽의 완고한 표정을 지닌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좋은 대비가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의 키 큰 나무들과도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가능한 많은 빈틈을 지닌, 그리고 약간의 무작위성이 가미된 느슨한 패턴이 자연에 조금이라도 더 비슷한 인상을 주겠지요.

앞서 언급했듯, 건물 1층 바깥은 열주가 늘어선 필로티로 되어 있어서 표피의 루버와는 다른 방식으로 두툼한 경계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필로티 바닥 (갤러리?)은 높이 변화 없이 평평하게 조성되어 있는데 건물을 둘러싼 땅은 끊임 없이 꿈틀거리고 있기에, 땅과 만나는 부분은 계단으로 보정되어야 합니다. 바로 앞선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 뒤켠은 높이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큰 길에 면한 건물 앞면은 높이 차이가 제법 나게 됩니다.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계단으로 건물 전면을 길게 채웠는데, 결과적으로 다소 엄숙한 표정을 띄게 되었습니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길게 늘어선 계단 구석에 문득 묵직한 통돌이 놓이고, 이 건물이 이 곳에 이런 식으로 영원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새겨집니다.

100미터에 육박하는 건물 전면을 계단으로 채우느라, 휠체어 접근 경로는 옆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한 표지판을 뜬금없이 세우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 여유의 공간이라면 얼마든지 계단 속에 경사로를 넣을 수도 있었겠는데, 굳이 계단으로 꽉 채워버린 모습에서 건축가의 고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도의  집착이 있었기에 건물 구석구석, 이 정도의 완성도를 성취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혼자서 로비 언저리를 둘러 본 몇 주 뒤, 내부자(?)의 도움을 받아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건물 전체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진들을 통해서 짐작했던 풍경들이었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기대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로비에서 올려보았던 네모난 천창이 5층 구내식당 중정의 수공간 바닥이었네요. 바닥이 아닌 바닥과 천정을 겸하는 요소이자 공간과 공간을 가르는 경계이기에, 이 수공간은 상상이 멈추는 목적지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차원의 다른 상상으로 도약하는 의식의 시작이 됩니다. 빛나는 연못 바닥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은 이 곳에 다다르기 얼마 전에 겪었던 로비의 풍경을 알게 모르게 의식할 것이고, 그러한 의식의 흐름은 건물 전반의 입체적인 구성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런 의식과 이해의 도약이 회사의 실적으로도 이어지게 되기를 기대해볼만 합니다.^^ 높은 천정의 공간이 두뇌활성에 도움을 준다는 뇌과학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니, 그냥 막연한 기대는 아닐 것입니다.

10센티 미터의 물은 바람을 비롯한 각종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표면이 아닌 덩어리로서의 표정을 드러냅니다. 그만큼 바로 아래 로비 공간은 생기를 띄고 꿈틀거리겠지요.


3줄요약

  1. 요즈음 완공된 아모레퍼시픽용산신사옥에 구경갔었습니다.
  2. 역시 대단했고,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습니다.
  3. 아모레퍼시픽에 취직해서 매일매일 이 건물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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