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히로오

작년 가을, 지인의 초대로 동경다녀왔을 때 찍은 사진들을 뒤늦게 정리해서 올립니다.

‘히로오’라는,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낮은 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에 느슨하고 한가로운 마음으로 산책 겸 동네구경을 했었지요. 서울에서라면, 강남역 부근 역삼동, 국기원 고개 너머 낮은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있는데, 그 곳과 아주 닮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풍경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요.

몇 가지 재료들이 조합된 모습이 흥미로워 찍은 사진인데, 정리하면서 다시 보니, 바깥에 접하는 짜투리 공간을 넉넉하게 비워둔 모습이 더 인상적이네요. 건물 본체 구성 상 빈 공간이 생겼는데, 대지경계선에 맞추어 담 따위를 바투 세워 막지 않아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공간이 골목을 향해 펼쳐진 모습입니다.

박력있는 돌쌓기가 인상적이어서 습관적으로 찍은 사진.

옆집과 내 건물 사이, 좁은 골목같은 빈 틈이 아무렇지도 않게 활짝 열려서 바깥 길에서 훤히 보이는 모습도 나름 재밌었죠.

역시 재료가 흥미로워 습관적으로 찰칵.

땅을 구분하는 담장은 생략, 건물 본체만으로 길과 만나게 하되, 출입문이 고스란히 드러나면 부담스러우니 나무를 심었네요. 대지경계선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을 두고 펼쳐지는 상황이 은근히 풍요로워보입니다.

벽 색감이 예쁘고, 조명이나 환기구 같은 소품도 예뻐 보여서 찰칵.

대지경계선과 건물본체 사이, 애매하게 남는 공간을 놓치지 않고 나무를 심고, 또 꾸준히 잘 가꾸는 모습.

흔히 보이던 풍경….

건물 출입구 부근 건물 덩어리를 후퇴시켜 여유공간을 만들면 여러모로 좋겠지요. 비나 눈, 햇볕을 잠깐이라도 피할 수 있는 여유가 되기도 하고, 바깥 세상을 향해 드러나는 표정도 너무 각박하지 않고 부드러워지고요. 이런 소박한 표정들이 하나둘 모여서 길의 풍경이 되었을 때, 동네를 거닐면서 느껴지는 기분도 달라지겠지요.

그런데 이런 모습은 좀 의외였지요. 자주 드나드는 출입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길을 향해서만 열려있는 자투리 공간인데, 나름 열심히 꾸며서 무슨 연극무대의 배경같은 느낌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출입구 부근인데, 시원하게 열어두고 넉넉하고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모습.

기둥과 지붕, 바닥재료의 변화로 느슨하게 드러나는 경계.

바깥을 향해 훤히 열려있는 차고. 거실이나 침실은 문제가 되겠지만, 차고 정도의 공간은 길을 향해 열려도 아주 큰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길에 면한 집의 모든 얼굴이 매끄럽게 닫혀있는 것 보다는 가끔씩 살짝살짝 열려있는 편이 걸어다니면서 느껴지는 길의 풍경을 조금이라도 넉넉하고 부드럽게 연출합니다.

그 와중에 예쁜 자동차가 보여 찰칵.

길을 향해 열린 몇 개의 대문과 나선계단, 그리고 배달오토바이. 이 정도의 제스춰가 골목풍경에 적잖은 활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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