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반곡동주택/06

[깊은풍경]반곡동주택/06

완공 사진

 

며칠 전, 잡지사에서 소개해주신 사진작가님이 사진을 찍는 사이,

제 나름대로 소니 똑딱이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매체에 실리기 위한 사진 촬영이기에 가구나 소품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찍었는데,

지난 포스팅에 올렸던 인스타그램 사진들에 비해 어색하고 경직된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마구 어지러운 모습의 인스타그램 사진들이 더 나아보입니다.

 

사진작가님의 관점과 제 관점이 다를 것이기에,

매체를 통해 발표되는 사진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공통점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기대 됩니다.

사진촬영은 결국 상상과 구현의 차이를 확인하는 일이고,

그래서 뿌듯함과 후회가 교차하게 됩니다.

뿌듯함과 후회 모두,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귀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설계자이자 감리자로서, 마감 공사 막판에 이런저런 이유로 현장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고,

시공사 없이 직영으로 모든 공사를 진행하는 건축주께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송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여러모로 배려해 주시고,

외부 매체 발표를 흔쾌히 양해해주신 건축주 내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층 주방에서 계단과 놀이방, 창 너머 데크를 바라보는 시점. 이전 포스팅에서 올렸던, 인스타그램을 의식한 정사각형 프레임과는 조금 다른 느낌.

거꾸로, 놀이방에서 주방쪽을 바라보는 시점. 어두운 동굴같은 공간이 보이는데, 덕분에 노출콘크리트의 견고한 느낌이 강조됩니다.

동굴들 중 하나는 욕실로 통하는 짧은 복도. 욕실과 식당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곧바로 붙어있는 상황은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그래서 사이 공간을 둔 것이지요. 공간 효율은 조금 떨어지나, 생활의 격과 여유는 높아집니다. 둥근 거울과 조명 연출은 온전히 건축주의 센스. 설계를 진행하고 건물을 짓는 내내 건축주로부터 배운 것이 많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 유리 바닥이라는 경계를 관통하기에, 마치 물 속에서 물 바깥으로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초겨울 아침 여덟시 무렵. 매끈한 철판 계단 위에 난간 철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계단의 디딤판과 챌판이 입체로 엮어지기에, 아주 단순한 그림자의 패턴이 의외로 풍요로운 모습을 연출합니다. 사실 이런 장면까지 예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익스팬디드메탈 (철망)을 쓰면서 기대할 만한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점심을 지나 늦은 오후. 햇볕의 방향과 고도에 따라서 실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해진 후, 2층 조명을 켜기 전. 1층에서 유리바닥을 통해 올라오는 빛이 지붕에 얼룩을 그리는 모습.

2층은 사적인 매스터배드룸존과 아주 조금은 공적인 가족실, 두 영역으로 나뉘는 공간 구성입니다. 두 영역을 가르는 벽은 아무런 하중을 지탱하지 않는, 비내력벽입니다. 벽체와 상부 수납공간 사이에는 슬릿이 뚫려 있는데, 마감공사 직전에 결정된 내용입니다.

이 벽은 동쪽을 향해 있기에, 특히 아침 햇볕을 받아 극적인 효과를 연출합니다. 위로부터 차례로, 아침 여덟 시, 아침 열 시, 오후 세 시.

오후 다섯시 무렵. 날카롭게 접힌 지붕 조형은 대체로 삼각형 모양으로 보이는데, 특정 시점에서는 입체가 아닌 평면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해진 직후. 천정은 아무런 조명도, 설비도 달려있지 않은, 그냥 하얀 판입니다. 2층의 모든 빛은 천정판 아래, 벽체 위에서 쏘아 올려지는 간접광으로 연출됩니다. 트랙 위 조명 개수와 각도를 조절하면서 천정판에 펼쳐지는 빛의 얼룩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완만한 각도로 꺾인 지붕판이 실내에서는 그대로 천정이 되는데, 어떤 특정 각도에서는 눈 앞에서 마치 절벽처럼 쏟아지듯 엄습해옵니다. 그 것을 앞서 ‘평면같은 느낌’ 이라 표현한 것이죠.

슬릿 뚫린 벽의 안쪽, 주인침실과 옷방, 욕실, 그리고 그 세 영역을 잇는 파우더룸을 겸한 복도. 슬릿이 숨통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해링본 패턴의 원목마루 또한 건축주의 센스. 공간을 콤팩트하게 엮느라 복도 한편에 놓인 화장대는 깊이가 얕은 편입니다. 그래도 폭이 넓어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넉넉한 편입니다.

옷방과 주인침실을 오가는 복도에서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보이는 모습. 매일매일의 아침 햇살이 부디 기쁨으로 다가오기를 기도합니다.

 


 

나비지붕집

이것으로 반곡동단독주택의 ‘작업과정/IN_PROGRESS’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내년 1월 매체에 실린 후, ‘작업결과/PROPOSAL’ 카테고리에 정리 포스팅을 올릴 예정입니다. 그 때, 집 이야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집 이름은 지붕의 모양을 따서 ‘나비지붕집’이라 부르기로.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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