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읍내로의초대

지난 9월 6일 마감했던 파주시 조리읍 행정복지센터 신축 설계 공모전 제출안을 정리해서 포스팅합니다. 엠아이엔건축사사무소의 김정민 소장님과의 첫번째 협업 결과입니다.

패널

조리읍행정복지센터는 좋은 마을을 만들어내는 촉매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의 좋은 건물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하나의 좋은 마을이 되어야 합니다. 읍내 커뮤니티 부활의 선언이어야 하고, 읍내 거리 활성화의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읍내 시가지

봉천로는 읍내 커뮤니티의 공간적 배경입니다. 굽이치듯 흘러가는 형상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오랫동안 다듬어진 거리임을 암시합니다. 특유의 공간감은 적지 않은 유동인구와 함께 아늑하고 인상적인 거리풍경을 연출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청사는 봉천로와의 소중한 접점을 주차장에 내어주고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연속된 거리 풍경을 깨고 있으며, 활기가 이어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제안하는 조리읍행정복지센터의 배치

새로운 행정복지센터를 봉천로에 바짝 붙여 길게 배치합니다. 읍내 거리의 공간감을 또렷하게 만들고 활력을 이어서 연장하기 위함입니다. 행정복지센터는 거리의 연속이자 마을의 일부가 됩니다. 광역 교통 흐름을 효율적으로 이어주는 것은 인근 통일로의 역할입니다. 봉천로는 보행 위주의 생활가로가 되어야 합니다. 읍내 거리 활성화는 읍내 커뮤니티의 부활로 이어질 것입니다.

투시도

봉천로에 길게 접하는 건물 본체는, 적절한 수직밀도를 확보하여 읍내 거리의 입체적인 공간감을 강화합니다. 건물의 전면은 건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드러내고, 건물 안팎을 오가는 움직임을 드러내는 스크린입니다. 읍내거리의 활기를 연장하고 담아내는 배경이 됩니다.

등각투상도

전면의 수직루버는 따가운 저녁 햇볕을 걸러주는 장치입니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를 막고, 유리 특유의 차갑고 배타적인 표정을 완화하는 등, 개방성과 투명성을 미덕으로 삼는 유리건물의 약점을 보완합니다.

커뮤니티의 구심이 되려면 지역특유의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완만하게 낮은 산과 넓은 평원, 그리고 습지. 파주의 풍경을 요약하는 키워드입니다. 특히 봉일천은 철새도래지로, 넓게 펼쳐진 갈대밭으로 유명합니다. 수직루버는 완만하게 기울어진 지붕과 함께, 파주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암시합니다. 수직루버 패턴은 종합민원실 전면 외부바닥으로 확장되어, 읍내거리의 입체적 공간감을 강화합니다.

종합민원실 실내 투시도

버스정류장에서 1분 안에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종합민원실. 관공서라기 보다는, 읍내상점에 드나드는 것 같은 경험입니다. 종합민원실은 읍내거리풍경의 일부분이자, 그 자체로 작은 마을입니다. 회의실, 읍장실, 상담실, 문서고 등 구분된 개별 공간들은 각각의 작은 집입니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은 읍내 커뮤니티의 스케일과 정서를 표현합니다.

저로서는 건축사사무소 개설 신고를 한 이후로 처음으로 도전하는 공모전 도전이었습니다. 파트너와의 협업 , 그리고 비교적 큰 규모 프로젝트의 계획은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힘든 와중에 그래도 재미있는 진행이었고, 나름 기대도 했었는데 수상권에 들지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어떻게든 교훈을 찾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당선작과 비교하며 리뷰하게 됩니다. 대체로 납득하고 인정하게 되는데, 그래도 아쉬운 점은 남습니다. 도전은 계속됩니다.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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