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용두동주택/02

진행중인 용두동주택 설계 과정을 정리합니다.

‘세 덩어리’에서 ‘크고 작은 두 덩어리’로 바뀐 뒤에도 한동안 지붕은 세 개를 두었습니다. 세 덩어리임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죠.

덩어리 윤곽을 그대로 반영한, 크고 작은 두 개의 접힌 지붕으로 바꾸었습니다. 애매한 부분도 없고 한결 다듬어진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단순해져서 좋습니다. 대단한 이유 없이 복잡해지는 상황은 가급적 피하려 합니다.

흘러가듯 펼쳐지는 접힌 지붕들…

의뢰인과 전체적인 덩어리와 지붕 조형에 대한 공감을 확인한 후, 현실적인 지붕두께를 반영하고, 유리도 넣어봅니다. 밖에서, 언덕 너머 얼핏 보일 접힌 지붕들… 어떤 리듬이나 선율의 흐름이 연상되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효과.

간단하게 재질을 입혀봅니다. 노출콘크리트와 붉은 벽돌을 좋아하시는 의뢰인의 취향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세 개의 블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왼쪽 블럭은 가운데 블럭과 떨어져 있지만 희미하게 이어져 있고, 오른쪽 블럭은 가운데 블럭과 얼핏 한 몸인 듯 보이나 사실은 분리된 블럭들이 맞물려 있는 편에 가깝습니다. 블럭들의 관계는 각각의 블럭을 점유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반영합니다.

도로에 접하는 왼쪽 블럭. ‘고창(clerestory)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창은 없애자’는 의뢰인의 감사한 제안. 덕분에, 적당히 무뚝뚝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집 전체를 대표하고 보호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음에 비추어 어울리는 제스춰라 생각합니다. 의뢰인께서 큰 틀에서의 디자인 전략을 공감해주시고 이해해주시면, 그리고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제안해주시면, 진행에 힘이 붙고 가속이 생깁니다.

양 옆의 블럭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중재 역할을 하는 가운데 블럭. 의뢰인의 취미를 위한 넓고 높은 스튜디오입니다. 사방의 고창(clerestory)으로 조각난 햇볕이 들어와 넘실거리는 장면을 기대해봅니다.

의뢰인이 살아가는 가운데 블럭과 부모님이 살아가는 오른쪽 블럭이 맞물리는 곳. 부모님의 서재. 가운데 블럭 외부 마감 그대로 오른쪽 블럭 안으로 밀고 들어와, 겉에서는 얼핏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블럭들이 맞물린 상태임을 애써 드러냅니다. 인테리어 마감으로 벽돌을 선호하시는 아버지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2 Comments

  1. 천경환 대표님:

    Facebook 에 올라오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훌륭한 내용 범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 감사합니다.

    질문입니다.

    천정 각은 어떻게 정하는건지요?
    북유럽은 바람이 없는지 뾰족하게 하고 비가 적은 지역은 낮게 하는것 같더군요.

    계단 방향은 어떻게 하는건지요?
    두층이라 차이가 없겠지만
    사용자에게는 더 크게 다가오거든요.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인구비율로 정하는건지
    화재시 더 안전한 방향이 있는건지(당황하면 사람은 왼쪽으로 간다는 속설, 근거는 못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나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일수록 지붕은 더 가파르게 기울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단 방향은 잘 모르겠습니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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