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봐도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니, 지어졌던 1929년에는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화단 모서리에 동그랗게 다듬어진 조경수들이 보이는데요, 원래 건축가의 의도였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화단과 차도의 경계…
진입 시퀀스의 시작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들어간다고 상상해야 합니다.
건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데요.
…
새로운 테크놀러지가 빚어내는 새로운 현상과 경험을 건축의 영역으로 포섭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게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인데요.
문이 정면에 뚫려있는 것이 아니라, 찻길의 궤적에 맞물려 뒷면에 뚫려있지요.
간단한 시퀀스이지만, 새로운 테크놀러지(이 경우에는 자동차의 출현)가 구체적인 생활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것을 건축이 어떻게 담아 낼 것인지에 대한 건축가의 통찰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1929년에 꾸었던 꿈의 산물인데, 지금 보아도 새롭습니다.
그래서 “모던”입니다.
…
아무튼, 1년 여 전에 찍었던 사진을 곰곰히 살펴보니 묘한 기분이 드네요.
천정에 보가 훤히 노출된 채로 창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가는 모습도 나름대로 희한하구요.
거기에 달대를 달아서 문 프레임을 고정시켜 놓은 것도 귀여워 보입니다. ^^
집주인을 내려 놓고, 드라이버는 계속 달려가다가…
둥근 벽에 숨겨진 차고의 문을 열고 주차를 시키거나,
아니면 계속 어디론가 달려갈 것입니다.
…
개인적으로 하얗고 밋밋한 벽체를 싫어할 수도 있고,
가로방향으로 길다랗게 찢어진 삭막한 창문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집이 “새로움”(표면적인 스타일링 상의 “얄팍한” 새로움이 아니라, 새로운 테크놀러지가 빚어내는 새로운 생활상과 관련된 “깊은” 새로움)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집의 미덕과 가치는 바로 그 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