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에는 침실과 욕실의 출입구들이 있었는데요.
욕조의 형상을 반영하며 휘어진 벽체는 익히 알고 있던 것이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저런 욕조도, 요즈음엔 옛 분위기를 즐긴다는 복고적인 취향으로 일부러 고르는 소품이지만, 저 때는 저런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최신스타일이었겠습니다.
침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주택은 살기 위한 기계다.”는 말의 의미라는 게, 더도 덜도 말고 딱 이 정도의 개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건물 내부의 벽 구획에 대해서 말하자면, 평면에서 보이는 도상학적인 차원에서의 관습적인 심미안에서 비롯되기 보다는, 현실적인 기능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이어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겠습니다.
비단 벽 구획에 대해서만은 아니겠지요. 물론.
지난번 푸른색의 벽도 그렇고, 옅은 갈색의 벽도 그렇고, 르 코르뷔제 고유의 색감이 연상되어 보는 눈이 즐겁더라구요.
우스운 말일 수도 있겠는데, 마치 르 코르뷔제의 회화 속으로 빨려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죠. ^^
…
방을 나와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나쳤었던 회전계단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반대편 끝에는 주방이 있었어요.
주방 문 너머로 이제까지 구경했던 복도와 침실이 멀리 보입니다.
설마하는 마음에 싱크대의 수도꼭지를 돌려보았는데, 물이 나오더라구요.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건물의 설비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곧 그 건물이 아직 살아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참조글참조)
협소해 보이는 주방의 규모, 어설퍼 보이는 싱크대의 타일마감과 수도꼭지 등을 보면서 이 “주택”이 막 지어졌을 때의 시대와 지금의 시간적인 거리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감동적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