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를 타고 마지막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대각선 마름모꼴로 나뉘어진 신축줄눈이 눈길을 끌었어요.
편하게 나눈 것이죠. 줄눈의 간격에 어떠한 당위성도 없습니다. 구법을 암시하는 것도 아니고, 안도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 줄눈간격처럼 문화적인 배경(단위 다다미 크기)을 가진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맞닿는 벽면의 창문간격이나 창살의 간격과 조율하여 일체화 시킨 것도 아니고요.
라뚜렛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참조글참조) 르 코르뷔제는 의외로 지금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범들(빈틈없는 맞물림을 통해 기하학적인 순수함, 이데아를 구현한다는 규범) 에 대해 의외로 상당히 대범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점 또한 미스 반 데어 로에와 차별되는 모습인 듯 합니다.
창살…
반환점을 찍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장면.
멀리 경사로의 방향에 의해 설정된 움직임의 방향을 시선의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는 사각 구멍이 보입니다.
그리고, 옥탑 가벽의 뒷면이 보이는데요.
역시 의외로 그다지 치밀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 아래로는 전에 언급했던 커다란 거실이 보이구요.
거실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경사로를 올라갑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올라가면서 눈의 위치가 바뀜에 따라 보이는 대상, 파악되는 공간의 각도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마치 쇼프로그램 같은 데에서 크레인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크레인을 3차원적으로로 이동하며 찍은 동영상을 보는 듯한 경험인데요.
이러한 효과 또한 르 코르뷔제가 발명 혹은 발견해낸 시선의 경험이라 하겠습니다.
경사로를 다 올라가서 위에서 언급했던 네모난 구멍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바깥의 경치가 보이는데요.
경사로의 방향이 그대로 시선으로 연장되어 포착되는 풍경이기 때문에 충분히 중요할 수도 있는 풍경인데, 보시는 것처럼 그다지 인상적인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동양 고건축의 차경(借景)의 개념과는 별로 상관 없는 모습인데요.
빌라 사브아가 주변의 컨텍스트와는 상관 없이, 사이트에 대해 이방인 내지는 불시착한 우주선과도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널리 알려진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