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안도다다오게스트하우스

지난 8월에 갔었던 바젤여행시리즈….

(이거 아직 한참 남았어요. 심심할 때 마다 계속 울궈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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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맨앞에 걸어가고 있는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아줌마가 가이드구요.
이동하면서 설명하길,
“안도다다오의 건물은 프랭크 게리의 건물과는 달리 아주 “젠”스러운 건물이다. 모두들 조용히 하고, 경건한 마음, “젠”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조심조심 일렬로 줄 지어서 접근해야 한다. 게스트하우스 도착할 때까지의 짧은 “젠” 수행을 즐겨달라….”
고 하더군요.

엄청 호들갑이네.. 속으로 은근히 웃었는데,
예의 그 긴 가벽을 끼고 돌다보니 아닌게 아니라 제법 “젠”스러운 감흥이 일어나더라구요.

참…. 한때는 꿈에서 만날 정도로 우상이었던 안도다다오이고.
그 안도다다오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는 순간인데.
이상하게 별다른 감동이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애정이 식어서 그런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일들이 많았지요.
그토록 애타게 갈구하던 것들…
그렇게 원할 때에는 얻지 못하던 것들을 막상 얻을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그것에 대한 애정이 식은 뒤였어요.
초박형 워크맨이라던지, 레고블럭이라던지, 향수라던지, 각종 옷가지라던지,

이렇게,
안도다다오의 건물이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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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벽 옆에 놓여져 있는 페이빙… 뭔가 할 말을 찾아보려고 사진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그 비례가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길거리 보도블럭과 비교를 해 보면 말이죠.

아래 사진은 가이드가 말했던 것을 찍은 것인데. 보시다시피 거푸집에 콘크리트 타설할 때 나뭇잎들이 몇 개 들어가서 이렇게 된 것이죠. 가이드가 말하길, 안도의 결벽증에 가까운 작품 관리(거푸집 안에 담배 꽁초를 버리는 인부를 한주먹에 날려버렸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다 알고 계시겠지만)를 잘 알고 있던 터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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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교헤이”가 보이고.
현장에서는 잘 몰랐는데,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자못 신비로와 보입니다.
입구의 어두움이 말이죠.
보도블럭의 폭이 입구 폭의 절반이었음을 알 수가 있고…
입구의 폭에 가벽보행로의 폭을 맞춘 것이고, 보도블럭은 그 보행로의 폭의 반이었던 것이고….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간장공장 공장장은 간 공장장이고… 아이고.. 참 구차하다.. 아무튼, 따지고 보면 분명한 순서가 있는 겁니다. 

사진을 계속 바라보며 할 말을 찾고 있으려니..

천정의 조명이 가운데에서 약간 어긋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만.
그게 디자인의도인지, 오차인지, 의도라면 어떤 의도인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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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들어가자 마자 나오는 내부공간. 유명한 평면이죠. 직육면체 두 개가 겹쳐져 있고, 그 겹치는 부분을 원형 매스가 관통하고 있고.
둥그스름한 벽이 보이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감상을 짧게 쓰자면,

“디테일이나 시공 완성도, 특히 노출콘크리트 완성도 등은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내부공간의 역동성은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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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활한 면을 얻기 위해, 벽과 슬라브를 굉장히 두껍게 친다고 합니다.
슬라브가 굉장히 두꺼워서 이렇게 슬라브에 직접 조명을 매입할 수 있고.
(지금 사무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화여대 프로젝트도 슬라브가 굉장히 두껍습니다. 두께가 300미리니까요. 외부계단의 슬라브두께는 500입니다. 대신 “보”가 없구요.)
앞에서 완성도가 생각보다 별로였다고 평했지만, 그야 기대치가 워낙 컸었으니까, 기대에 비해 별로였다는 것이구요. 물론 대단한 완성도지요. 

안도다다오의 건물은, 특유의 형식, 문법에 맞춰 정갈하게 잘 써내려간 문학작품을 연상케 합니다. 일본에 “하이쿠”라는 형식의 시가 있다죠? 안도다다오 디테일 1집의 서문을 피터아이젠만이 쓰면서, 안도의 건물을 하이쿠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만.

사진 가운데 약간 튀어나온 벽이 천정까지 닿지 않고, 천정면에서 (눈으로 보기에) 삼사백 미리미터 떨어져 있는데요. 이런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러한 “안도다다오식 구성 문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벽에 위계를 준 것입니다. 앞에서 직육면체 덩어리 두 개가 겹쳐져 있다고 했잖아요. 직육면체의 외곽을 이루는 벽과, 직육면체 내부를 기능에 맞춰 분할하는 벽을 위계에 따라 달리 표현한 것이죠. 그렇게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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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아무렇게나 대충 찍어도 작품집 사진처럼 나옵니다. 흐흐흐…
예전에 작품집에서 참 많이 보았던 장면들인데…
지금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계속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색깔이 참 곱습니다. 노출콘크리트 색깔도 그렇고. 마루바닥 색깔도 그렇고.
차분하고, 곱고…. 두 색의 톤이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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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던 둥근벽….
이게 생각보다 훨씬, 굉장히 강한 느낌을 주더군요.
때마침 이 날, 게스트하우스에서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었고, 결혼식 몇 시간 전에 어렵게 구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닥에 꽃이나 촛불같은 결혼식 장식물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어서, 아주 조심조심 걸어다녔는데요.

결혼식장으로 아주 인기가 높답니다. 특히 건축가들 사이에.

가이드에게 얼마냐고 물어보았더니,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아주 비싸다” 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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