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피터메리안하우스/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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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서 접근하면 이런 장면이 펼쳐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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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지만, 파주출판단지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죠?
탈중심,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공간의 깊이, 오브제라기 보다는 시스템으로서의 건축…
그런게 요즈음 건축가들을 매료시키는 주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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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반복적으로 중정들이 나란히 좋여져 있고.. 중정의 파사드는 이렇게 금속판넬로
약간 고전적인 느낌이 나도록 해 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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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외벽의 마감과 중정 마감이 만나는 상황.
이전 글에서 제가 촉감에 호소하는 디자인이라고 했었는데.
이런식의 파사드 디자인이, 선으로 이루어진 도면 상으로는 멋대가리가 없을 게
뻔하잖아요. (그에 비해서 앞서 언급한 리차드 마이어의 건물들은 시각에 호소하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도면상으로도 굉장히 멋지니까.)

아무튼, 도면 그 이상의 상황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디자인을 진행했다는 점이 아주 부럽습니다.

커튼월 프레임으로 생기는 그림자. 유리면 너머 콘크리트 구체면에 떨어지는.
그 깊이감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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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구체면과 유리의 표면 질감이 함께 어우러져 깊이있는 질감을 창출하고 있는 모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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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파주출판단지에서 많이 봤던 장면.
바닥의 마감도 인상적이었어요. 불규칙 벌집 패턴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인데요.
가볍고 키치스러우면서도 외벽의 고급스러움과 잘 조화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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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들을 사이에 두고 직육면체 덩어리들이 여섯개, 일곱개 정도가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는 식으로 배치가 되어 있는데, (제가 이전 글에서 사각뿔이라고 표현한 덩어리들)
그 덩어리들마다 각각 이렇게 각자의 대문을 가지고 있구요.
보통 오피스건물들과 비교를 해 보면, 확실하게 “탈중심” 되어 있는 것이죠.
보통 건물들은 하나의 큰 로비를 공유하잖아요. 로비라는 중심공간이 강력하게 있고, 거기에서 엘리베이터 같은 수직동선으로 분화되는 식이라면,
피터 메리안 하우스는 각각의 임대공간이 각각의 중심공간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죠.

혹은 여러개의 건물들이 모여서 골목길을 매개로 연결되어 있는.
그래서 마치 한 건물처럼 보이게 된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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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식의 옥의 티도 있네요.
바닥 패턴이 모처럼 클로즈업 되었네요.
롯데 월드 같은 테마파크에 어울릴 법한 키치스러운 바닥마감.
오히려 그런 측면을 노렸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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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이 답글에 대한 답글에 잠깐 언급했지만,
이 건물은 철길에 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길다란 모양을 하게 되었겠죠.
철길은 도시조직이 단절되는 부분이니까. 이렇게 답답하게 장벽을 세워놓아도 됩니다.
원래 단절되어 있었거든요.
(아… 재미나요 (건축과도시)에 용산역 부근 풍경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언급했던 내용이죠. 하하… 글이 쌓여가니, 글들이 서로 인용을 하며 얽히게 되는구려…. 나만의 작은 세계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려나….)

아무튼, 철길에 인접한 부분인데.
이렇게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세워놓기도 하고. 화물하역장으로 쓰이기도 하구요.
오른쪽 사진의 콘크리트 보가 좀 이상해 보이죠.
수직하중이 아닌, 수평으로 작용하는 풍하중을 견디기 위한 보이기 때문에,
단면 모양이 이렇게 거꾸로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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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유리 표면의 질감. 비스듬하게 찍은 것.
별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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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글에서 잠깐 언급했던, 커튼월이 끝나는 부분에 타공판으로 마무리 된 부분.
이렇게 공기를 통하도록 한 것은 기술적인 의도인지 (오픈조인트처럼, 마감 내외부 공간의 기압을 등압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아니면 그냥 타공판이 예뻐보여서 그런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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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내부 얼개가 보여서 찍었는데.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사진을 보면서도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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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아무튼 마냥 희한해 보여서 뻔한 사진들을 찍고 또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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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해 있는 회사들.
슬쩍 안의 회의실 등을 바깥에서 옅보았는데,
“우리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최전선을 누비는 어쩌구…. 세계제일이다… 어쩌구…”
뭐 그런 프랑카드가 걸려있더라구요.

아하! 이 안내판을 보니,

직육면체 덩어리들이 여섯개였음을 알 수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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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반대편, 그러니까 애초에 건물을 발견했던 큰길 가에 있는 비상탈출구.
안에서 바깥으로 밀고 나올 수만 있는 문.

80번지니까, 노바티스가 입주한 블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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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찍으니, 기존 건물들과 대비되는 상황이 잘 드러나네요.
어떻게 보면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에일리언…..

건물 건너편의 작은 수퍼마켓에서 간단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사 먹으면서 할머니한테 슬쩍 물어보았더니,

건물이 너무너무 커서 자기는 싫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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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해 있는 회사들 중 하나. 안으로 들어가서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어요.
로비와 안내데스크는 뭐 그냥 그런 수준이고.
세련되게 디자인된 라디에이터가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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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철길 건너편에서 철길과 맞닿는 부분을 찍은 것.
용산역 부근 풍경과 비교해 보세요.

철길을 면해서 이렇게 길다란 건물이 놓이게 되는 상황은
어느정도 일반적인 패턴인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바젤이라는 도시가 마치 굉장하게 근대화 된, 현대적인 도시같은 인상도 듭니다만, 절대 아니죠. 물론 강북으로는 커다란 공장도 있고, 오피스도 있지만,
강남으로는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오래된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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