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건너편에서 전면을 찍었습니다.
참 잘 생겼습니다.
둔하고 지루해 보이는 거대한 덩어리의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층의 구분과 상관 없이 어두운 돌의 띠로 큼지막하게 나눈 것이 보입니다.
앞선 글에서 누노군이 리플로 쓴 것처럼, 위로 올라갈 수록 수평 띠의 간격은 좁아지고, 수평 띠를 채우는 밝은 돌기둥의 두께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 기둥들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지탱해야 할 무게가 줄어드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까뿐해 보이고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자세히 보면, 환한 돌기둥과 어두운 돌의 띠로 이루어진 돌의 패턴과 상관 없이 층과 층을 구분하는 금속 띠가 가로질러 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표현을 위한 돌의 패턴과 실제 공간의 나뉨을 표현하고 있는 금속 띠, 두 가지 패턴이 서로 겹쳐지면서 풍요로운 입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연한 말이지만, 층구분과 상관 없이 수평돌의 띠가 가로질러 가는 바람에 층마다 실내공간의 분위기도 다르게 연출되었습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환하게 표현된 층에서는 바깥 풍경이 시원하게 한 눈에 보일 것이고…
이 이미지에서 환하게 표현된 층에서는 바깥 풍경이 돌의 띠로 잘게 나뉘어 보일 것입니다.
끔찍하게 반복되는 오피스 공간의 몰인간성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민의 한자락을 읽을 수 있는 장면입니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보면 시선이 위로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건물이 건물에서 추상적인 예술품이나 기계처럼 보이더군요.
아랫부분에 공조실의 알루미늄 그릴이 보이는데요.
돌 패턴이 워낙 강한지라, 이러한 이질적인 마감도 무난하게 소화될 수 있네요.
모서리는 가볍게 비워져 있어서 시원해 보입니다.
…
표현을 위한 돌기둥의 나뉨 패턴인데요. 돌판과 돌판 사이를 코킹 따위로 막지 않고 그냥 벌려 놓는 오픈 조인트로 되어 있었어요.
간격이 약간 벌어짐으로써 돌판의 두께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고, 그로인해 돌판의 성격과 이 기둥의 성격(무게를 지탱하지 않는 가짜 기둥)이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또한 바닥과 닿는 부분은 허공으로 약간 삐져나오게 해서 이 기둥이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이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표현하고 있었어요.
돌패턴의 한쪽에는 정말로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진짜 기둥이 서 있었는데요.
패턴기둥과는 달리 나뉨이 거의 드러나지 않게 마감되어 있더군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풍요로움을 빚어내고 있는데요.
디자이너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장면입니다.